며칠 전에 퇴근후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늦은 시간까지 혼자 골목을 배회하는 한 아이를 만났다.

제법 추운 날씨였기 때문에 동네에 다른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반반한 점퍼 하나 걸치지 않고 주위를 맴돌고 있는 이 아이에게 관심이 갔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서인지 처음에는 말대꾸도 하지 않더니 점차 경계심을 풀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7살이라고 하는 이 아이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유치원에 갔다와서 내내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 골목에서 놀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문을 걸어 잠그고 일하러 갔으며, 밤 10시가 돼야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저녁도 먹지 못하고 밖에서 아버지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잠이 오면 따뜻한 곳을 찾아 아무데서나 자면 되니까 걱정할 것 없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아버지가 올 때까지 친구집에라도 가 있으면 안되냐고 물으니, 친구들이 자신을 따돌리기 때문에 친구도 없다고 한다. 이 아이는 거의 매일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주위 얘기였다.

그날 밤 내내 그 아이 걱정과 이런 아이들이 또 얼마나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뒤척였다. 결국 사회적으로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맞벌이부부가 늘어나고, IMF 이후 실업증가로 결식아동과 저소득층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보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만 해도 15개 시설에 330여명의 아동만이 방과후 보육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방과후 갈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 지원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충북여성민우회가 2년여에 걸쳐 노력해 온 방과후 아동보육조례제정운동이 이제 의회발의만 남겨두고 있다. 행정기관은 예산 때문에 조례제정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큰 혼란이 올 것은 뻔하다. 이제 우리가 낸 세금을 아이들의 보육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강한 의지와 실천이 더욱 중요한 시점임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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