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10억 만들기’ 열풍이 불었다. 젊은이들이 보다 일찍부터 노후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노후를 준비해야 할 40∼50대들은 이런 영악한 젊은이들의 10억 만들기 열풍 앞에 주눅들게 마련이다. 이 같은 열풍은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자녀들의 부모 봉양의식이 흐려지면서 노후에 대한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후자금이 왜 10억원이나 필요할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부터 초저금리 시대,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과거 1억원을 은행에 맡겨 놓을 경우 매월 1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01년 4월부터 2004년 2월까지 예금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후자금 목표치가 10억원까지 높아진 것은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에서 출발한다. 즉, 금융회사들이 노후자금 규모는 과대평가 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높게 잡고 노후 대비 투자의 기대수익률은 낮게 잡음으로써 과장한 측면이 많다.

거품 뺀 실질적 노후자금은

물론 연금제도가 제대로 정착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앞으로 10∼20년 이후의 노후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소위 낀 세대라는 40대와 50대들은 자식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남은 것은 빚이요, 손에 쥔 것이 없다보니 더욱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노후자금을 마련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노후자금 규모는 평균 7억원, 많게는 10억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꽤 성공한 사람을 제외하곤 이 정도의 돈을 마련할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거품을 뺀 실질적인 노후 자금은 과연 얼마나 필요할까. 노후생활의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4∼5억원, 2∼3억원만 가져도 노후를 충분히 즐기며 보낼 수 있다. 이런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 연구기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노후자금 산정은 라이프 스타일이 비슷하더라도 군 거주민과 대도시 주민들간의 생활비는 큰 차이가 있다. 4∼5억원이면 30∼50대가 노후를 불편 없이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구 당 50만원이 연금을 수령하는 30, 40, 50세인 동갑내기 부부가 은퇴 후 서울에서 거주하면서 평균적인 노후생활을 할 경우 60세에 보유해야 할 노후생활비는 각각 5억3천109만원과 4억297만원, 3억137만원으로 추정했다.

군 지역에서 산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노후생활비 총액은 각각 2억4천100만원, 1억8천286만원, 1억4천235만원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종합건강검진과 해외여행 등 월 100만원 정도 쓰는 노후생활을 가정할 경우 현재 30, 40, 50세 부부는 60세까지 각각 9억1천731만원, 6억9천601만원, 5억4천184만원이 필요하다. 또 한 달에 150만원 이상 풍족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60세 은퇴 시에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모아야 할 것이다. 나이가 적을수록 노후자금 목표에 도달하기 쉬운 반면, 나이가 많을수록 노후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노후를 대비해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 노후에 부부가 문화생활을 하고 외국여행을 하며 건강검진을 받고 풍족한 생활을 하면 더할 나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후를 대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럭셔리, 웰빙생활의 환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것이다. 취미와 봉사활동 등 즐거운 일거리를 하면서 소박하게 노후를 보낼 준비를 한다면 노후자금은 훨씬 줄어든다는 점이다. 따라서 눈 높이를 대폭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주거지 발상을 바꾸는 것이다. 꼭 비용이 많이 드는 대도시에 살 필요는 없다. 교통이 잘 발달되고 도시근교에까지 의료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다만 자녀들과 손자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면 더욱 좋다. 그리고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걸지 말라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눈높이 낮추면 해답이 보인다

하지만 자식교육을 위해 빚을 내면서까지 허리가 꼬부라질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 자녀 교육도 노후와 병행해야 한다. 정작 자신은 늙어서 자녀교육에 올인 하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친척들에게 손을 벌리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게다가 집이라도 붙들고 있어야 역모지론을 이용해 노후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는데 집만큼은 자식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날씨가 따뜻하고 생활비가 싼 동남아로 떠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필리핀의 경우 1억원이면 좋은 집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물가가 싸기 때문에 같은비용이라도 국내보다 훨씬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필리핀 은행에 2억원을 예치하면 월 1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국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노후에 대비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늙어서까지 자녀에게 눈치를 보거나 고단한 삶이 기다릴 뿐이다. 사람의 삼여(三餘) 중 하루는 저녁이, 일년은 겨울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생 중 노년의 여유다. 그 여유는 준비하고 노력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