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이 크게 논란이 된 적 있었다. 신(神) 내린 듯이 온몸을 떨기도 하고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는가 하면 때론 주먹을 불끈 쥐어 연단을 후려치며 했던 대통령의 연설에서 특히 다음과 같은 말씀들이 문제가 됐었다.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미국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그 엉덩이뒤에 숨어서”,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놈”, “별들달고 거들먹거려”, “군대가서 몇년씩 썩히지 말고”, “국방비로 군인들이 떡 사먹었나”, “ 정부가 안보, 안보하고 계속 나팔을 불어야 안심하는 국민의식”, “주한미군이 빠지면 다 죽는다고 국민들이 와들와들 사시나무처럼 떠는 나라”, “동맹국들이 짜고 고스톱을 치면서 길들이려”, “수백명 수천명씩 사람을 잡아죽인 나라, 그것이 우리나라의 역사” 라고 하신 말씀들 말이다.

이에 대해 어느 중견 언론인은 칼럼에서 노 대통령이 이 연설을 통해 국민을 내리치고 원로들을 비웃었으며, 군(軍)을 조롱했는가 하면 대한민국 역사를 짓이겼고, 자기가 임명했던 총리를 실패한 총리로 깔아 뭉갠 외에 동맹국을 향해 돌팔매까지 했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정말 시원한 노짱의 연설이다. 이것이 우리가 열광하던 노무현의 진면목이 아니었던갚
“여당 찌질이들, 꼴통언론, 눈치보며 저울질하는 정치 양아치들을 향해 시원하고 통쾌하게 한방 제대로 날렸다”, “드디어 돌아왔다. 어울리지 않는 정장, 형식적인 권위에 말을 아껴야 했던 대통령의 모습에서 웅변자 노무현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다”, “환갑을 넘기신 나이에 아직도 당당함과 자신감을 가진 모습, 너무 자랑스러운 대통령이었다” 고 했다. 모두가 격정의 연설이 있었던 다음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홈페이지 등에 올라왔던 글들이다.

과문(寡聞)인지는 모르겠으나 노사모 회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그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통령의 튀는 말씀과 행동에 대해 언론과 국민들이 뭐라하든 관계치 않고 그저 대통령께서 옳다, 잘했다며 늘 박수쳐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평통자문회의석상에서의 대통령의 말씀과 관련해서도 칭찬일색(?)이다. 당시 메이저 신문뿐만이 아니라 모든 언론이 그 부적절함을 지적했었고, 필자를 비롯해 주변의 건강한 상식을 갖고 있는 많은 지인들 역시 여간 안타까워하지 않았었다. 모두가 이런 생각을 했다면 부적절한 말씀이었음이 분명할텐데 노사모 회원들께서는 자랑스럽다고만 하였다.

이건 아니다. 분명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사모 회원들께서 진정으로 대통령을 사랑하신다면 이와같이 무조건으로 지지를 보내고 애정을 표시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쓴소리를 더 많이 하시어 대통령의 총기가 흐려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그분을 사랑한다는 노사모 회원들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 한다.

지난 1월 초에도 어느 자리에서 언론은 물론 국민들이 뭐라 하든 신경쓰지 않고 당신의 생각, 당신의 판단대로 하시겠다고 한 우리의 대통령. 그분에 대한 노사모 회원들의 사랑이 이제부터라도 제자리를 찾아 얼마남지 않은 임기 동안이나마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그분을 걱정하지 않고 맘편히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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