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달마다, 절기마다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역 특성을 알린다는 명분하에 짧게는 2~3일, 길게는 십여 일 동안 수백, 수천에서 수십억 원이 행사비로 집행된다. 이런 행사가 전국에 천여 개가 넘는단다. 그만큼 ‘그 나물에 그 밥’인 전시행정적인 축제가 양산되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매년 지역축제를 평가해서 발표한 것을 보면 축제 내용과 그 기대효과 및 행사주체의 전문성이 문제가 되고 있으나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지역 특성을 차별화한 프로그램 개발도 미진하고 전문가 부재인 상태로 축제를 치르고 있다. 이러하니 지역과 행사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어느 곳, 어느 축제에 가도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매년 예산 확보는 순조롭게 지속되고, 평가는 지극히 형식적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관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전국 어디를 막론하고 행사 내용은 상관없이 영수증 처리만 잘 챙기면 되는 분위기다.

한 예로 매년 수십억 원, 그동안 족히 수백억 원을 쏟아 부은 청주공예비엔날레로 청주의 이미지가 공예 도시로 탈바꿈 했는지 묻고 싶다. 수천만 원 또는 그 이상의 돈을 들여 만든 성공적이란 평가대로라면 청주는 이미 공예의 도시로 변모 과정을 겪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런 조짐은 없다. 그래서 평가서의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직지축제도 동네 잔치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은 주제가 뚜렷하다. 당연히 개성적이고 그 축제를 보려면 그곳이 어디든 그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토마토 전쟁’은 스페인의 시골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축제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 축제를 즐긴다.

우리의 축제는 어떤가. 직지축제든 공예비엔날레든 매번 노래자랑과 연예인 초청공연 등 행사의 주제와는 상관도 없고, 관람객들의 참여가 아니라 그저 구경만 하게 만드는 그러저러한 행사들로 채워진 축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그게 청주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똑같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지겹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청주국제비엔날레와 직지축제를 주관하는 청주문화산업재단과 청주시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년간 치러온 행사들은 그저 격년의 의례적 행사일 뿐, 지역 발전과 지역민의 공감대 형성도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 주목해 보면 왜 굳이 재단을 설립해야 했나 의문이 든다. 능력을 발휘하는 전문가 집단이라기보다는 시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조직은 점점 비대해지고, 계속 직지축제와 공예비엔날레 행사를 주관한다.

청주뿐만 아니라 충북의 지역 축제가 경쟁력을 지녀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이루려면 시간과 예산을 투자하여 연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축제의 성공 여부는 축제의 집행과 추진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는 많다. 하지만 그 많은 전문가들 중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은 단체장의 능력이다.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을 인재등용에 심혈을 기울일 것을 지자체 단체장께 주문하고 싶다.

준비된 축제와 그렇지 못한 축제는 볼거리와 향기가 다르다. 식은 밥상으로는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축제가 아니라 꼭 그 지역에 와서 보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어야 관심과 흥미를 돋울 수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연구하는 지자체 단체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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