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MIT대학의 ‘지식 기부’에 대한 기사가 세인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운영중인 이 대학의 무료 강의 프로그램(OpenCourseWare)은 등록이 필요 없으며, 학점 취득이나 학위를 수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버 대학과 구별되는데, 여기에는 현재 1천550개 강의에 대한 강의계획서, 필기노트, 과제물, 참고문헌 등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한 달 평균 140만 명이 접속하고 있는데, 이라크나 아프리카의 수단, 심지어 남극 대륙에도 수강생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대학에 개설된 1천800여개의 전체 강의는 물론 동영상도 서비스할 계획으로 있어 고급 지식의 전 세계 확산 측면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ocw.mit.edu) 

여기에서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금속활자의 발명과 관련해 이러한 지식 기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세계의 유명한 문화학자들은 종종 네 가지 중요한 정보 전달 수단을 가지고 인류 문화 발전 단계를 구분한다.

첫 번째가 ‘말’을 통해 최초로 의사 전달을 하게 된 것을 말하며, 두 번째가 이런 전달 정보의 기록을 가능하게 한 ‘문자’의 발명, 세 번째가 정보의 대량 복제를 가능하게 한 ‘금속활자’의 발명이고, 마지막이 ‘컴퓨터’의 발명이다.

이런 발명들은 정보 전달의 여러 제약들을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즉, 문자의 경우 말의 순간성과 비저장성을 해결했고, 금속활자의 경우 필사에 따르는 시간 소요와 소량 생산 문제를 해결했으며, 인터넷의 경우 즉시성과 공간 제약까지도 해결한 것이다.

이중에서 금속활자의 발명이 세계 유수의 학자나 언론에 의해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자.

금속활자 발명 이전의 유럽 중세사회는 귀족과 황제 그리고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종교계에 의해 권력과 정보가 독점되는 불평등 사회였다.

그러나 금속활자 발명으로 인해 각종 정보가 대량으로 전파되면서 독점 권력의 몰락과 변혁을 가져왔고,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 수요자가 되면서 전반적인 사회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게 됐다.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그리고 산업혁명과 시민혁명까지 중요한 유럽의 사회 변화는 금속활자 발명에 의한 정보의 대량 유통에서 기인했다는데 인류문화학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직지가 바로 이런 획기적인 지식 전달 수단인 금속활자 기술의 대표유산인 것이다.

미국 MIT대학의 OCW사업 또한 네 번째 정보 전달 수단인 인터넷 기술을 통한 지식 전달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누구나, 어디서든 그리고 언제나 최고 수준의 지식을 교육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대단한 것이다.
이런 것이 기반이 돼 높은 지식 소유기관의 ‘지식 기부’ 행위가 잇따른다면,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또 다른 지식정보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이다.

직지의 탄생지 청주와 금속활자 발명국 대한민국도 이런 ‘지식 기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21세기 인류문화 향상에 기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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