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3년 전 보은군 농촌총각 13명이 조선족 처녀들과 맞선을 보기 위해 중국 장춘을 방문했다.

원정맞선은 멀고도 험했다.

당시 중국을 방문했던 총각들은 평생 반려자를 찾느라 애간장을 태웠고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일부 조선족 처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상습적으로 맞선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사람이 맞선을 볼 수 있는 기회는 3번. 총각들은 맞선결과 12명의 조선족 처녀들과 결혼을 약속했다. 이어 약혼식도 가졌다.

총각들은 여성들에게 지참금을 주는 중국관습에 따라 부족한 돈을 한국에서 긴급 송금을 받아 어렵사리 약혼식을 마쳤다. 이들에게는 적잖은 돈이 들어갔고 결혼도 녹록지 않았다.

양국의 결혼문화와 관습이 다른 데다 법적인 문제 등으로 한국에 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결국 결혼에 성공한 커풀들은 3∼4쌍에 불과했다.

90년대 초와 비교하면 지금의 농촌총각들의 결혼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이를 보다 못한 충북 옥천 대성사 혜철 스님이 지난해 2월부터 커풀매니저로 나섰다.

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한 대성사의 일요법회는 물론 평일에도 좋은 인연을 찾으려는 전국 선남선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박2일의 법회는 매월 첫째주 일요일 재혼 남·여 만남, 셋째주 일요일 초혼 남·여 만남으로 열린다.

스님은 불교와 속세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다도법 배우기와 선남선녀 토론회, 사랑 고백하기 등의 ‘템플스테이’ 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법회를 통해 결혼에 성공한 커플은 모두 13쌍이다.

혜철스님은 매월 12∼13쌍이 좋은 인연을 맺고, 이 중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갖고 있는 커플도 수십 쌍이 넘는다고 했다. 신청자도 20대 초반에서 70대까지, 결혼적령기를 지난 40∼50대 등 연령대가 다양해 우리사회의 결혼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법회는 전국의 선남선녀들이 앞다퉈 신청하는 가장 인기 있는 맞선행사가 됐고 혜철스님은 커풀매니저로 유명인사가 됐다. 

대성사는 인터넷 카페 회원이 4천여명을 넘어서자 전문 인력을 고용,관리하고 있다. 최근 속리산 법주사에서 열린 템플스테이에서는 미혼 남·여 60여 명이 참가해 산사체험을 함께 하며 좋은 인연을 맺어주기도 했다. 

대성사 법회가 전국의 선남선녀들이 몰려드는 인기 법회가 됐지만 문제는 남성들은 넘치고 여성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혜철스님은 급기야 베트남을 방문, 맞선을 주선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 등이 예산을 지원해 중국과 베트남 등의 방문을 주선하고 있지만 총각들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대부분 넉넉지 못한 환경으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농촌은 어렵고 힘들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하다 보니 도시 미혼여성들이 농촌총각한테 시집가겠는가.

농촌총각의 결혼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정신적 좌절감을 느끼겠는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도시 미혼여성들의 고정관념을 바꿀만한 정부차원의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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