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는 전효숙 헌법재판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장 임명과 관련해 시끄럽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장 임명과 관련해 논란을 벌이고 있는 배경은 어이없는 인선과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헌법과 법률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상식 이하라는 점에서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장은 행정부의 대통령, 입법부의 국회의장, 사법부의 대법원장과 더불어 제4의 기관이라 불리는 헌법재판소의 수장이라는 의미에서 4부 요인(要人)의 하나이다. 그만큼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을 보호하고 모든 법률적 해석의 기초가 되는 헌법재판소를 이끌어 나가는 자리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그런 중요한 자리의 대표를 임용하는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비서를 통한 전화 통지 하나로 헌법재판소장에 추천하려고 하니 재판관직을 사퇴하라고 전효숙 재판관에게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은 전효숙 재판관은 이를 믿고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장의 자리가 초등학교 반장을 선출하는 자리도 아니고 대법관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청와대 비서관이 사표를 내라고 했다 해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규정하고 있는 재판관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헌법재판소장이 임용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 전효숙 재판관에게 사퇴를 하라고 한 이유도 전효숙 재판관의 잔여임기가 3년 밖에 남지 않아 현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장이 되면 3년 밖에 소장직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6년을 보장해 주기 위해 사퇴를 하라고 했다는 것으로 청와대와 전효숙 재판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12조 2항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효숙 재판관이 청와대의 전화통지를 받고 재판관직을 사퇴했다면 이미 재판관의 신분을 상실한 것이어서 국회의 동의를 얻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될 자격요건은 상실한 것이다. 결국 청와대가 전효숙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고자 했다면 전효숙 재판관을 다시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하고, 재판관의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청와대 임의대로 해석해 재판관직을 사퇴한 상태에서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구했다는 것이고, 국회도 검토없이 그 인사청문회를 받아들였다는 것인데 입법기관인 국회가, 그것도 변호사들이 즐비한 인사청문위원회가 그러한 문제점 하나 지적하지 못하고 법률상 하자 있는 인사청문회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입법부의 현 주소를 대변해 주고 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에 대해 연임규정을 두고 있다. 전효숙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지명해 재판관이 된 것이므로 대법원장이 다시 전효숙 재판관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재판관이 되면 다시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소장으로 임명하면 된다. 재판소장이 될만큼의 능력과 자질을 겸비했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임명하면 되는 것인데 굳이 법적 절차를 거스르고 편법으로 하려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사법부의 요직에 대통령과 동기들이 지나치게 포진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의 사법부의 포진은 자제돼야 한다.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권익과 헌법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잘 수호할 수 있는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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