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온통 도시개발열풍에 싸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토지에 대한 가치가 높고 이를 재산증식의 손쉽고 빠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풍토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기름에 불을 끼얹는 것처럼 빠르게 개발압력이 확산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정치적 판단에서 출발한 신행정복합도시를 비롯해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건설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맞물려 각종 새로운 도시개발을 양산하고 있다. 마치 경쟁적으로 계획과 개발을 양산하고 있고 여기에 부동산시장도 가세하면서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의 정주환경이 좋아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을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기본적인 명제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이렇게 단시간에 많은 개발이 이뤄지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을 수가 없고, 이론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때론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선 사회·문화적으로 갑작스러운 도시환경의 변화는 역사문화의 지속에 대한 단절을 의미하고, 경제적으로도 공급은 상품가치를 하락하는 것을 의미하고, 학문적으로도 개발은 개개의 차별성보다는 획일성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조론을 볼 때 시간적 간격을 통해 새로운 현상이나 형태의 출현을 통해 각 시대상이 정립 되고 변형을 통한 발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도시형성의 속성상 단기적으로 건설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끊임없는 변화과정을 거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우리 인간의 관습적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고 축조물의 가치는 가꾸면서 성장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적으로 현재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나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도시는 짧은 기간에 형성된 현대도시가 아닌, 손때가 묻고 많은 사연이 있는 역사·문화도시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 라데팡스의 경우 70년대부터 20여년간 건설되면서 새로운 신도시를 계획하는 주체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인식돼 왔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동선구조와 최첨단의 고층건물들, 그리고 소비중심의 기능부여 등으로 상징성을 가져 왔지만  점차 갑자기 낡아버리는 기반시설과 획일적인 건축양식, 그리고 기능중심으로 야기되는 문화와 인간공존의 부재 등으로 새로운 도시환경의 전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수술대에 오른 환자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반면에 오스트리아의 그라츠(Graz)나 미국의 세인트 오거스틴(St. Augustine)처럼 한동안 낙후됐다고 생각되던 소규모의 역사·문화도시가 이제는 가장 바람직한 도시상으로 탈바꿈해 유네스코가 지정할 정도로 가치 있고 경쟁력 있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개발에 관한한 보수적 견지에서 출발을 하며 철저하게 현지의 특성을 고려해 완벽할 정도의 융화적 모습이나 변형을 통해 도시전체가 하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과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그 속에서 지역만의 문화와 역사가 배어나와 단 하나의 특징적 환경을 갖고 있다.

현대사회가 정보와 기술력에 의한 세계화와 지구와의 현상으로 점차 동일시되고 획일화돼가는 시대에서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 많은 지역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인 모습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단시간의 경쟁적 모습의 개발현상은 우리 모두를 규격화된 환경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알고 작은 변화와 지속적인 변형으로 도시개발의 패러더임을 바꿔야 하는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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