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당내 보혁갈등의 파문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당내 보수파와 개혁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화합을 당부하는 등 다각적인내부갈등 해소 노력에도 불구, 당내 보혁세력간 감정 대립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질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같은 당 안에서 금도를 넘거나 자존심을 흔드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면서 “이런 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단호한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당내 `보수중진모임’을 주도한 김용갑 의원은 16일 오전 MBC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보혁갈등에 대한 이 총재의 구체적인 `결단’을 거듭 요구했다.

보수강경파인 김 의원은 “당내 보수파 중진들을 `독버섯’ `친일파’ `수구세력’이라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한 김원웅 의원은 도저히 묵과할수 없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또 “총재가 포용력을 보여주기 위해 당내 갈등을 덮고 넘어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러다간 언젠가는 큰 분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며 “당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당내 문제를 덮으려 한다면 총재의 지도력에 대한 의심이 일어날것”이라며 이 총재의 `결단’을 요구했다.

다른 보수파 의원들도 “김원웅 의원에게 해명의 기회를 충분히 준 뒤에도 이번사태에 대해 소명하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조치도 불사해야 할 것”이라며 지도부를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원웅 의원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내에서 토론하고 논의할 문제”라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과거 5공이나 유신체제 시절 등 군사권위독재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나보고 `당의 정체성을 해친다’고 비난하는데 우리당의 정체성은 극우나 수구가 아니다”면서 “(당 지도부가 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당이 시끄러워질까봐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사과 요구를 정면거부했다.

이 총재가 지난 12일 김용갑 의원 등 당내 보수파를 겨냥,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던 김원웅의원에게 “용어를 잘 선택하라”고 질책하며 중재에 나섰음에도 불구, 두의원간 대립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부영, 김덕룡, 박근혜 의원과 미래연대 등 당내 개헌및 개혁파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이 총재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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