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 장로교단의 노회와 커네티컷주의 파트너십의 대표로서 갔었는데, 그 쪽 대표들의 따뜻한 배려와 세심한 친절에 감동을 받았다.

언제나 앞서 가던 사람이 문을 열 때는 꼭 문을 잡고 들어갈 때까지 잡고 기다려 주는 일이라 던지, 화장실이 붐빌 때는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출입구에서 한 줄로 기다렸다가 먼저 나오는 사람 차례로 들어가는 일, 상대방의 옷을 스치거나 살짝만 부딪쳐도 ‘익스큐스미’(Excuse me!)라고 한다든지, 하는 배려와 친절을 우리는 아직도 익숙하지 못하다.

최근 외국의 어느 원간지에 각 나라의 친절지수를 조사한 기사가 났다. 전 세계 주요 35개 도시에서 실시된 실생활 친절도 테스트를 했는데 전문조사요원들이 현지에 파견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험을 20회씩 했다고 한다. 첫째는 붐비는 건물에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는지, 둘째는 사소한 물건이라도 살 때 점원이 고맙다고 인사하는지, 셋째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서류뭉치를 떨어뜨렸을 때 주워 주는 사람이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 1위는 뉴욕이 차지했고, 스위스의 취리히, 캐나다의 토론토, 독일의 베를린, 브라질의 상파울로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친절지수가 낮은 순위의 도시를 보면 인도의 뭄바이가 꼴등인 35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이어 서울이 32위로 랭크됐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약해 이것으로 친절도를 테스트한다는 것 자체를 의아해 했다고 하기도 한다. 길에서 어쩌다 서로가 부딪쳐도 우리는 그냥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간다.

필자가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오히려 저 쪽에서 뭐 그런 걸 가지고 미안하다고 말까지 하느냐는 듯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유럽에는 찻길이나 인도나 모두 좁은 편이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사람끼리 부딪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면 반드시 살짝만 부딪쳐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친절한 말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데 반드시 있어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남에게 친절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각 지방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외로 남을 배려하는 일에 많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35개 도시 중에서 서울이 32번째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기업체에서는 친절교육을 한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국민이 되도록 초등학교에서부터 교육과 연습을 통해서 훈련을 쌓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행복한 도시 청주’라는 대형 간판을 본다. 정말 행복한 청주 시민의 자격이 무엇인가. ‘청주에 가면 사람들이 친절하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다’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우리가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남에게 친절할 수가 있다. 그리고 훈련을 받아야 한다. 같은 말을 30~40번 반복하면 그 말이 신념으로 바뀐다고 한다. 다른 것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세계 최고가 되기 힘들지만 예절과 친절은 우리가 노력만 한다면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함께 세계 최고의 친절과 예절의 도시를 만들어 가도록 하자. 온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친절한 나라로 만들어 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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