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민선 4기 단체장들이 벌써 두 달이 다 돼 간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이르지만 선거 당시 쏟아낸 장밋빛 공약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단체장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체장을 말할 때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빼놓지 않는다.

또 ‘주식회사 장성군 CEO’를 세 차례나 역임한 김흥식 전 전남 장성군수의 성공사례는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이들은 재임기간동안 지역을 확 바꿨 놓았다. 이들의 영향이 미쳤던 곳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 세 사람은 단체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자체성공의 관건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손 두 사람이 시장과 도지사를 한 차례 더 맡았더라면 서울·경기가 어떻게 달라질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전경련 부회장 출신인 손병두 서강대총장이 취임 1년 만에 160억원을 모금했다. 민자유치까지 감안하면 벌써 750억원을 모은 셈이다. 그는 총장 취임 당시 4년 동안 1천억원의 기금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손 총장은 이를 행동으로 실천에 옮겼고 벌써 완성단계라고 한다.

그는 “대학을 맡아보니 기업이 세계적 명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형편없고 기업보다 대학이 20년 뒤떨어져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규제도 기업보다 더 심해 대학은 거의 체념상태라는 것이다. 

축제 때마다 학생들과 춤을 추는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은 대학 CEO로 명성을 날렸다. 이 총장도 손 총장 못지 않다. 그는 여대(女大)의 핸디캡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려냈다. 그는 동문들에게 ‘등록금 한번 더 내기’운동을 펼쳐 대학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젠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4년 전 나락으로 곤두박질 쳤던 GM대우가 부실기업이란 오명을 털어 내고 150개 나라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 연간 판매량은 115만대로 3배 커졌다. GM은 회사 인수 3년 만에 흑자를 냈고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던 근로자들도 불러 들였다. 이 같은 성공은 소비자 취향에 맞는 디자인 개발 등을 통한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 LG 초콜릿폰은 경력이 일천한 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충청권에는 이런 CEO기질과 아이디어를 소유한 단체장이 없다. 이·손 두 사람과 손·이 총장 정도의 출중한 인물들은 오히려 ‘진흙탕 싸움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최근 임각수 괴산군수가 충청매일 지면을 통해 고백을 했다. 임 군수는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 신선한 충격이다. 이향래 군수도 9.8%의 보은군 자립도와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의 한계는 공룡이 된 ‘대기업 자치단체’가 더 이상 후퇴도, 탈출할 곳도 없다는 데 있다. 민선 4기 단체장들의 화두는 지역경제살리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역경제활성화는 ‘돈’이다. 해답은 전임자들의 실패를 뒤집어 보면 된다. 우리는 행사장과 애경사챙기기에 나서는 단체장들을 돌려 세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은 단체장들이 ‘지자체의 수레’를 끌고 주민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가 돼 밀어줄 때 가능하다. 우리는 ‘사람 잘못 뽑았다’, ‘낙후지역에 산다’는 오명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임·이 군수뿐만 아니라 단체장들의 고민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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