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7월8일) 아침, 경로당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한 복지사의 이야기가 50분 동안 방영됐다. 청주MBC TV ‘이 세상 이야기’ 프로그램에 ‘경로당에 출근하는 여자’로 소개됐다. 여성가족부와 충북도의 지원으로 2개월여 동안의 압축된 특수 교육을 받고 지난 4월말 전국 최초로 탄생된 경로당복지사(현재는 경로당복지지도사 인턴이라 칭함) 중의 한 사람의 활동 내용을 집중 취재한 것으로 시청률도 꽤나 높았던 모양이다. 경로당에 출근하는 한 여자의 작지만 소중한 활동 내용을 TV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글로나마 숨겨진 뒷이야기마저 재방송해보기로 한다.

경로당이 화투, 낮잠, 험담의  대명사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 경로당복지사가 뜨면서 확 바뀌게 된 것이다.

보따리 하나 가득 하루 프로그램에 쓰일 재료, 업무일지, 출근부들을 들고 경로당으로 나선다. 거기에 커다란 녹음기까지 들고 가야만 하니 무게가 만만치 않다. 아침 열시 이전에 도착해 출석부르며 방긋 웃고, 건강박수 등 간단한 몸풀기로 분위기를 살짝 띄운 다음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오전프로그램 진행하고 나면 점심시간이 된다. 경로당내에 마련된 주방에서 지글지글 뽀글뽀글 요리를 하는 과정도 놓치지 않고 요리치료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처음엔 복지사의 냉장고에 있는 부식재료까지 날라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할머니들 역시 집에서 하나둘씩 재료를 내놓으며 베푸는 정겨운 모습들이 생겨났다. 좋은 것은 금방 따라 하는 모양이다.

점심식사 후 식사당번은 설거지를 하고 나머지는 차를 마시며 잠시 배 두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는데 복지사는 이 시간이 할머니들과 개별 사례관리를 하는 시간이다. 남몰래 쌓아뒀던 괴롭고 슬픈 이야기부터 왕년에 잘나가던 시절의 자랑까지 질펀하게 늘어놓다 보면 오후 프로그램할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기다리던 할머니들 중에는 잠깐씩 졸기도 하고 전날 혹은 오전에 배운 것들을 복습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순순히 프로그램에 응해주고 복습하는 할머니들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고 죽겠다! 빨리 죽어야지 그런걸 배워서 뭣해! 나는 못한다!” 라는 세마디 밖에 할 줄 모르는 할머니들이었는데 만져주고, 쓰다듬어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얼러주면서 공을 들여 프로그램 학습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15명 내·외의 할머니를 다루는 경로당복지사가 한참 프로그램 진행을 성공리에 진행하다가도 “아이고 골머리 아프게 뭐 이런걸 시켜! 난 못해” 하면서 찬물을 끼얹으면 다른 열심인 할머니들이 복지사의 눈치를 보며 야단을 치다가 이내 싸움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때론 중재, 때론 방관하며 사태를 수습한다. 참는 것은 이제 달관의 경지에 도달할 정도다. 이젠 잦은 싸움마저도 시시비비 대화의 한 장면으로 여겨질 정도이니 경로당복지사가 팔자소관인 모양이다.

복지사가 주로 하는 프로그램은 누워있는 노인을 일으켜 몸을 움직이도록 하는 신체관련 프로그램과, 치매와 중풍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두뇌와 손 근육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미술, 음악, 무용 등의 모든 예술활동 및 과학, 수학할동은 물론, 정서적 문학, 심리활동에 심지어는 손발 등의 신체 마사지까지 노인들의 ‘잔존기능’을 최대한 유지시키고 회복시키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어디 그뿐이랴. 프로그램 재료구하느라 재활용쓰레기통까지 뒤지고, 약장사따라 가출한 할머니 찾아 데려오는 일까지 하느라 하루가 짧다.

이젠 자신들의 경로당을 ‘경로당학교’라 칭하는 할머니들이 있어 경로당복지사들은 진정신이난다. 그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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