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갔을 때 맛이 좋아서 다시 그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음식 맛이 처음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주방장도 그대로고 서비스도 변함이 없는데, 왜 같은 음식점에 두 번째 가면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만일 당신이 농구의 귀재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과 자유투 시합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누가 승리하겠는가. 단,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조건에서는 당신과 마이클 조던이 단1개의 공만을 던진다. 두 번째 조건에서는 두 사람이 각각20개씩의 공을 던진다. 이 두 조건 중 어느 쪽에서 마이클 조던을 이길 가능성이 더 클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나의 공만을 던지는 조건에서 승리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개를 던지는 조건에서는 거의 100% 확실하게 마이클 조던이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공만 던지는 조건에서는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농구 실력이란 단 한번의 테스트로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와의 골프 시합도 마찬가지다.

골프 초보가 타이거 우즈를 이길 확률은 단 1홀만 경기할 경우가 18홀을 경기할 경우보다 높다. 이변이란 관찰을 적게 할수록 나타나기 쉽다. 마이클 조던이나 타이거 우즈와의 시합을 예로 들면 누구나 이런 점을 순순히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실제 생활에서는 이 원리를 망각하고 엉뚱한 판단을 하곤 한다. 그러면 어떤 레스토랑에 처음 갔을 때는 만족스러웠는데, 두번째 찾아가면 기대보다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대가 너무 컸나’라고 자문하면서 그 사이에 자신의 입맛이 고급스러워졌다고 결론 내린다. 그리고는 ‘사람 입맛이란 참으로 간사하다’고 생각하거나 ‘이 집 주방장이 바뀌었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단 한번의 방문으로는 그 집의 음식맛을 알 순 없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달라진 음식 맛에 크게 놀라지 않는다. 두 번째 방문 후에 느꼈던 불만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는 사람들은 세번째 방문에서 음식 맛이 좋아졌다고 느끼면 이번에는 ‘그 사람이 정신 좀 차렸네. 주방장을 드디어 바꿨어’라는 식의 분석을 내놓는다. 만일 네 번째 방문에서 기대보다 못하면 다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단 한번의 테스트로 음식 솜씨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던 사람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의 테스트만으로 그 집의 솜씨를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음식 맛이든, 능력이나 성품이든 관찰 기회가 적으면 적을수록 정확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과거 자신의 모습은 잊어 달라고 부탁하는 지원자를 볼 수 있다. 대학시절에는 방황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학점이 안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의 자신이 아니라 현재의 각오와 의지를 평가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과거와 달라진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학점 평점과 지도 교수의 추천서는 ‘샘플 사이즈가 매우 큰 경우’이다. 대학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 개인의 행동을 나타내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인터뷰할 때의 인상은 ‘단 한번의 관찰’에 불과하다. 즉, 샘플 사이즈가 1인 것이다. 자료의 신뢰도로 따지면 ‘과거의 기록’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터뷰 때의 인상과 과거의 기록이 일치하지 않을 때 과거의 기록을 중시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행위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샘플 사이즈가 작은 정보를 과신하고 또 때로는 정반대로 샘플 사이즈가 작은 정보를 무시하기도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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