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에 일본에서 어떤 젊은 부부가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을 ‘악마’라고 지어서 법적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일본과 한국의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월드컵 열기가 고조돼 단 숨에 월드컵 축구를 4강까지 올려 놓았던 2002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태극 전사들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높여 놓은 사실을 우리국민 모두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특히 거리응원에 나선 우리 국민들의 응원 열기는 세계 역사상 그 어느 나라도 흉내 내지 못할 놀라운 일이었다. 외신에서는 “조작”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열기였다.

그러나 우리의 응원단들이 붙인 명칭이 지금까지 많은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붉은 악마’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왜 하필이면 악마란 말인가. 하고많은 이름 중에 악마라니….”라는 소리가 수없이 들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교인들의 편협된 목소리라고 일축해 왔다.

그러나 올해 독일 월드컵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볼 때 악마라는 이름을 차마 쓰기 민망한 점이 있었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느꼈던 일이다. 독일 현지인들은 “사탄이 연상 된다”고 했다. 4천800만 국민이 악마라는 명칭을 찬성하지 않는데도 우리나라가 마치 붉은 악마의 나라처럼 인상은 준 것은 기독교인이나 불교나 천주교인들 뿐 아니라 대다수 악마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는 “4천800만 한국인이 붉은 악마라고 하는데, 기독교인은 붉은 악마가 아니다. 우리는 악마를 싫어한다”고 했다. 또 불교계의 송월주 전 총무원장도 “축구협회나 정부 당국도 서포터즈들을 설득해 명칭을 변경해야 하는데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카톨릭신학대 손희승 교수도 “성경의 사탄을 뜻하는 ‘악마’라는 단어를 다른 말로 변경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문화방송은 9일 저녁 방송한 ‘시사매거진 2580’에서 붉은 악마도 명칭 변경을 고려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화방송은 월드컵 기간 중 독일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반응도 전했다.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느낌을 준다”는 대답도 있었지만 “사탄을 떠올리게 해 아주 부정적이다”, “어감이 좋지 않아 나 같으면 쓰지 않겠다”, “한국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왜 우리나라가 악마의 나라가 돼야 하는가. 이것은 단순한 응원의 차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가진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수년전에 스위스의 작은 마을의 중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중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필자가 한 학생에게 물었다.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기억하느냐?” 고 했을 때 그 학생은 “하이테크의 나라”로 기억한다고 했다.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첨단기술을 가진 나라’ 이는 미래 세계를 주도해 나갈 앞선 나라의 이미지가 아닌가. 스포츠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훌륭한 외교인데, 우리가 하필이면 ‘붉은 악마’라는 말로 나라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사탄을 떠올리는’ 이미지로 비쳐져서 국가의 위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깊이 심사숙고해서 ‘악마의 이미지’를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할 수만 있다면 여론을 수렴해 온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