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이봐 약장사! 자넨 온간 음담패설로 할머니들을 성희롱하고 있다며!

약장사 : 성희롱이 아닙니다.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모릅니다.

형사 : 무슨 소리야! 조사하면 다나와. 게다가 음담패설로 박수치며 웃다가 배꼽까지 빠지게 했잖아!

약장사 : 그게 아닙니다. 배를 부풀려 구부러진 허리 펴게 하는 약 팔았으면 됐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사 : 거짓말 하지마! 조사하면 다나와! 할머니들이 배꼽빠지는 사이에 배꼽 안빠진 바람 잡이 세워놓고 검증이 끝난 약인 것처럼 하면서 은근슬쩍 다른 물건까지 끼워 팔고 있잖아!

약장사 : 아 그야 할머니들것만 팔면 어디 팔립니가?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드님 영감님 강장제에 정력제까지...

형사 : 게다가 빨리 죽으라고 염불하고 있다며! 수의에 캐딜락 장의차까지 죽지도 않았는데 미리 계약서 까지 받아내고! 조사하면 다나와!

약장사 : 어디 그게 죄입니까! 할머니들 너무 당신들만 오래 살고 있어서 미리 죽을 준비 시켰구먼 무슨 소립니까?

형사 : 어~이젠 큰소리까지! 당신 말이야 이런 식으로 물건 안사고 선물만 받아가는 얄미운 할머니 협박해서 억지로 사가게 하잖아! 심리검사하면 다나와. 이봐 이형사 자네가 한번 조사해봐!

형사2 : 날 똑바로 쳐다보고 대답해보오. 그렇게 사기쳐 번 돈으로 부자됐소?

약장사 : 그게 어디 나 혼자만 잘먹고 잘살려고 하는 겁니까?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내 새끼들까지 먹여 살릴라고 발버둥치는 거지. 그리구...

형사2 : 그리구 뭐야?

약장사 : 우리 오마니가 딴 곳에서 당했지 뭐야요.

위의 글은 파견된지 얼마되지 않는 경로당복지지도사들의 공공의 적이 돼 버린 약장사들의 행태를 개그 콘서트의 “조사하면 다나와”의 형식으로 재편성 해본 글이다.

약장사가 뜨면 경로당이 문을 닫는다. 아예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모인 할머니들을 싣고 약장사 무대로 옮겨진다. 필자의 라이벌이 약장사라 했었건만 경로당복지지도사가 파견된 경로당에도 싹슬이를 해가니 이젠 나의 라이벌에서 경로당복지지도사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경로당복지지도사가 각 지방 경로당에 파견된지 이제 3개월째 된다. 여기저기서 파견요청이 밀려와 신바람이 나 겨우 복지사 일에 탄력이 붙어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경로당의 할머니들을 봉고차에 태워 마련된 약장사의 무대로 출근을 시키는게 아닌가.

이들 약장사는 한 곳에 둥지를 틀게 되면 대개 5개월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5개월간 고액의 월세를 내고 큰 공간을 얻어 무대를 설치하며 장기전에 돌입한다. 처음 두세달은 일단 선물 공세를 통해 노인을 끌어 모은다. 그렇게 들어오면 다음엔 온갖 음담패설로 노인들의 경력, 삶의 무게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이성을 잃게 한다. 선물과 재미로 사정거리안에 들어오면 그때부턴 사정없이 비싼 물건들을 팔기 시작하는 판매 작전에 휘말려 들게 한다. 처음엔 파스나 관절염약 정도여서 화장지 값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고 부담없이 놀러와서 사게 만들다가 점차 몇백만원대로 올라가게 된다. 이정도가 되면 집단 사기범에 해당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대로 당하게 놔두어선 안된다고 본다. 그들의 교묘한 심리 사기수법에 경찰은 강건너 불인 듯하고, 언론과 방송사는 피해 사례 등 보다 적극적이지 못하다. 경로당복지지도사가 최전선에서 홀로 머리싸움하고 있으니 당해낼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경로당복지지도사가 혼자 대항해선 안될 일로 생각된다. 이 공공의 적을 물리칠 방법은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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