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감이 뚝뚝 떨어진다.

건듯 장맛바람 부니 마당 가득 도토리 같은 푸른 감이 쏟아져 내렸다.

나무는 스스로 욕심을 덜어 내가 맺을 만큼의 열매만 안고 간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정말 잘 싸웠다.

우리가 욕심을 자꾸 부리면 이젠 가지가 부러질 참이다.

이쯤에서 멈춰도 그들은 제몫을 다하고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보름동안 참 행복했다.

사람들은 엊그제 스위스 전에서의 오심을 도마에 올린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움은 배가되지만 그것도 다 업이려니 하면 한결 속이 편하다.

사실 지난 2002한·일 월드컵에서 우리와 싸웠던 몇 몇 나라의 국민들도 지금의 우리와 똑같은 마음으로 비분강개했었다는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때의 ‘연’이 ‘업’이 돼 다시 우리에게 온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소요지족’의 마음을 갖고 남은 경기를 보며 진정한 세계인들의 축제에 가만히 동참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동안 함성에 묻혀 돌보지 못했던 내 속의 마음 길도 한번 들여다 볼 일이다. 눈에 보이는 길, 보이지 않은 마음의길, 세상에는 갖가지 길로 넘쳐난다.

장마철 가만히 앉아 발아래 땅을 보라.

깨알 만한 개미병정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길을 따라 분주히 오 간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위대한 노동의 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물길이다. 끝없이 몸을 뒤채며 흐르는 물은 제 스스로 길을 찾아 저 낮은 곳을 향해 몸을 낮추고 낮춘다.

깊은 산 속 벽계수에서 강을 따라 바다에 이르기까지, 물길은 이 지상에서 가장 자연스런 길을 내며 오늘도 계속된다.

그 흐르는 물을 막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물꼬를 틀어 물길모양을 바꾸는 것도 그렇고 갖가지 댐을 세워 그들을 가두어 놓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그러한 인위적인 힘이 가해질 때 순후한 자연은 우리가 가한 무게만큼의 드센 표정으로 부메랑처럼 우리를 찾아온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가덕 ‘내암리’는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무심천의 발원지인 이곳이 요즘 사방댐 공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지방정부는 무심천 상류 지역의 산사태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건설이라며 공사강행의지를 보이고 있고 환경단체와 뜻 있는 지역주민들은 하천계곡을 단순화시켜 주변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사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선진국은 지금 작고 큰 댐들을 허물어 가는 추세이다.

토사유출을 막는다는 사방댐 대신 계곡주변의 조경이나 환경적 수풀 가꾸기로 사방 댐 역할을 대처하며 계곡을 보호해왔다. 그리고 저수와 취수를 위한 댐 의존의 개발위주, 공급위주의 물 수급 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 전환해 왔던 것이다.

나는 언젠가 읽은 한 환경관련 잡지의 내용을 빌어 지방정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직도 댐을 쌓는가? 아직도 이 지상에 댐을 쌓는 나라가 있는가? 댐은 인간과 자연의 순리의 흐름을 막는 가장 비열한 무사(無事) 건설행정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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