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나무가 좋다.

산에서나 들에서나 언제나 내 눈엔 소나무가 제일 먼저 들어온다.

한국인들은 소나무와 함께 태어나 소나무 속에서 살다가 뒷산 솔밭에 묻혔다.

우리 어머니들은 솔잎을 가르는 장엄한 바람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면서 삿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솔밭에 정좌해 태교를 실천했다. 그리고 아버지들은 청정한 기상의 지조와 절개같은 소나무의 덕목을 심어주셨다.

친구가 문화동에 있는 구옥 한 채를 구입해 식당을 냈다.

청주의 비버리 힐즈로 일컬어지던 이곳 문화동의 제법 어엿한 주택이니 예전 같으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낼 집이었겠지만 친구는, 요즘 아파트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에 그 너른 집을 샀다.

집 한 칸 마땅치 않았던 가난한 도시 서민이었으니  그 기쁨이 오죽했으랴.

친구는 날마다 쓸고 닦고 하며 하루를 일촌광음으로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 가 본 그 집은 마당이 크고 정원수가 많았다. 그런데 단연 그 집에서 돋보이는 것은 유려한 풍채의 낙락장송 한 그루였다.

잡목을 캐내 주차장을 내고 잔디 위에 미송 한 그루를 홀연히 남기니 한결 운치가 붙고 여백의 아름다움으로 집안이 훤해졌다.

소나무는 그런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대체로 구도심을 벗어난 주거 공간에서 살고 있다.

1999년 1월 서문동의 고속버스터미널과 사직동의 직행버스터미널이 가경동으로 옮겨가며 청주구도심의 위기는 시작됐다.

또한 율량 지구를 시작으로 용암·분평·산남·가경·하복대를 거쳐 최근의 성화·강서·월오·오송신도시 건설로 이어지는 신흥주거단지의 개발은 고도(古都)청주의 균형을 깨트린 도심 불균형의 주범이 돼 왔다. 

도시팽창으로 인한 신 거주지의 개발이라는 논리가 늘 대규모 개발을  정당화 시켰지만 도시의 특성과 자연 환경을 무시한 오용과 남용도 많았다.

최소한 신흥주택지가 자리를 잡는 시간만큼 개발도 휴식기를 가져야 함에도 브레이크 없는 신 거주지 개발은 계속 이어져 용암2지구에 유령도시 같은 빈집을 속출시키더니 급기야 오창지구의 미분양사태까지 야기했다.

리듬이 깨진 도시, 불균형의 기형화 된 우리 청주. 이제 이대로 볼 수가 없다.

향락소비의 물결로 비대해진 신 주거지의 현란한 조명촉수를 낮추고  이제는 정겨운 청주의 옛 거리와 주택지와 재래시장과 우암산과 무심천을 따라 청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어주는 실크로드 같은 그 길을 가자.

그 속에는 유서 깊은 흥덕사, 철당간, 중앙공원, 청주향교, 국립청주박물관, 성안로, 재래시장이 있다.

그리고 정겨운 우리의 옛집과 골목과 학교가 있다. 이제 정말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새 생명의 리모델링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옛집을 사 다시 구도심으로 돌아 오자. 흥덕사지와 우암산을 연계하는 공예와 직지의 역사거리도 만들자.

성안길의 차 없는 거리도 더 연장해보자.

이런 내 주장들이 한낮 바람에 날리는 ‘우이독경’으로 들릴지라도 이제는 우리가 마음을 모아 단 한번이라도 청주를 다시 보자.

따뜻하고 정겨웠던 그 아름다운 전원도시, 교육도시 청주를 다시 한번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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