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월이 왔다.

4년 전 그 ‘벅찬 함성 속의 유월’이 다시 왔다. 월드컵의 총 736명의 선수들은 이제 한 달간 64경기를 통해 화려한 개인기와 명 장면을 연출할 것이다.

어느 축구 전문가는 “공으로 행해지는 구기종목에서 유독 축구가 세계인의 스포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공이 인간의 몸에 가장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 핸드볼, 배구 등의 공은 가끔씩 우리의 지각 범위를 넘어서는 속도로 움직이지만 축구에서의 공은 우리 몸이 이해할 수 있는 속도의 한계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축구는 몸과 몸으로 이어지는 공의 연대성을 확인하는 게임이다” 고 강조한다.

그렇다 축구는 늘 우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참 살면서 이럴 때도 있구나’ 했던 4년 전 유월, 그 때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당초 목표는 16강 진출이었다.

당시 우리의 평균전력은 그보다 떨어졌지만 그동안 주최국이 한번도 16강에 들지 못한 적이 없다는 막연한 기대와 대책 없이 낙관적이기 만한 국민들의 자신감이 낳은 전망치였다. 간절한 소망은 기적을 낳는다했던가?

아니면 IMF의 긴 터널을 건너온 지친 우리에게 건네진 신의 선물이었던가. 우리는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았고  그 넘치는 에너지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었던가. 올해는 확실히 사람들이 신중해졌다.
‘아드보카트’호에 대한 신뢰가 충만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4년 전 장엄한 4강의 축제를 만끽 한 탓인지 사람들은 지난번보다 훨씬 여유로운 관전태도를 지닌 듯 하다. 한 언론인은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을 ‘이기는 축구만을 지향점으로 갖는 데 있다…’ 고 지적한 바 있다.

그 속에는 결과에 너무 민감한 오랜 한국언론의 속성과 잘 참지 못하고 너그럽지 못한 우리 관객들의 습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매 경기 때마다 파고를 만나면 쉽게 흔들리고 무너진다.
오죽하면 경기장에서 뛰면서도 다음날 조간 신문의 머릿기사가 조각돼 진다고 했을까. 이제는 정말 지구촌의 축제로 월드컵을 맞자.

좀더 큰 눈으로 월드컵을 두루 살펴보자. 우리 경기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경기도, 이제는 4강의 선진 축구문화국민답게 관전 포인트를 살피고 분석해 가며 재미있게 시청해보자. 그리고 이왕이면 곳곳에서 다양한 월드컵 응원 이벤트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지. 때를 같이해서 제천에서는 음악회를 겸한 시민 응원전을 준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제천시 야외음악당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음악회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조영남을 비롯한 인기가수와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시민들은 월드컵의 밤, 아름다운 음악회를 즐기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대형스크린으로 한국과 토고전 경기를 보며 응원전을 펼치는 호사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모쪼록 이번 유월이 다시 월드컵 열기로 가득 넘쳐나 지친 우리 가슴을 위로해주길 소원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시 한번 기적 같은 유월의 전설이 재현됐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어느 개그맨처럼 외쳐본다.
“다시 한번 4강 어떻게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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