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에 대해서는 지극히 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질문을 하기도 곤란하고 설령 질문에 답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특히 노부부 간의 잠 자리(성생활)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현 노인들 세대에서는 성적인 표현을 발설하기가 곤란한 것으로 여기다 못해 매우 망측한 것으로 여기고 “다 늙어서 무슨 일인갚하면서 숨기려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경로당의 한 할머니를 통해 노부부의 잠 자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필자 : 왜 그렇게 힘들어 보이세요?

할머니 : 아이구 어젯밤에 한잠도 못잤어. 하도 들들 볶아서….

필자 : 뭐를 그리 들들 볶았나요.

할머니 : 아 글쎄 밤새도록 쫓아다니며 날 괴롭히잖여.

필자 : 좀 들어주시지 그랬어요?

할머니 : 아이구 이 나이엡. 나는 아파 죽겠는데 자꾸만…. 밤새도록 도망다니느라 잠 한숨 못 잤어.

여기까지 얘기가 나오자 기왕에 나온 애기 다 하겠다는 심사로 묻지도 않았는데 얘기(불만)가 쏟아져 나온다. 할머니의 나이 85세, 영감님의 나이는 87세라 한다. 87세 된 영감님은 할머니 이야기의 정황으로 보아 치매 초기임에 틀림없다. 얘기가 진전되면서 점점 할머니들의 고정 레퍼토리인 신세타령이 시작된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신랑이 좋은 줄도 모르다가 줄줄이 애 낳고, 젊어서 바람피우던 신랑이 애 낳을 때나 집에 들어오더니, 이젠 다 늙어서 나만 따라다니니 얼마나 구찮은지 몰라” 한다.

필자 : 그래도 안 계신 것 보다는 낫지 않아요?

할머니 : 낫기는 뭐이가 나아. 아주 구찮아 죽겠어. 그 영감탱이가 나보러 “아! 이쁘다. 우리 색씨 이쁘다. 아이구 여뻐!” 하면서 내이름을 부르면 그날은 죽어나는 날여~. 그러다 나 죽었다 하고 포기하고 나면, 지랄하고 써먹지도 못하면서 덤벼드는 거여. 써먹을 수 있을 땐 실컷 밖에서 바람피우고 돌아댕기다 이젠 다 골아빠진걸 갖고….

할머니 이야기를 듣다보면 할머니는 심각하면서도 무덤덤하게 표현하지만 필자에게는 너무 생생해 웃지못할 웃기는 얘기가 많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할머니도 치매가 아닌가 하지만 할머니는 치매는 아니고 가슴속에 쌓인 한을 풀어내느라 한 말들이다. 위의 대화를 통해 바람직한 성생활 노하우 두가지만 짚어 보겠다. 첫째, 쫓고 피하는 관계로 살지 않으려면 젊을 때부터 성에 대한 서로의 불신이 없어야 한다. 바람피웠던 일은 불신의 시작인데다 할머니 입장에서 보면 자발적인 성 욕구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요인인 것이다. 할아버지 입장에서도 그저 본능을 처리하려는 식의 욕구 표현은 오히려 ‘짐승 같은 놈’이라는 오명을 낳을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인터코스 만이 아닌 다양한 의미의 성애표현이 필요하다. 둘째, 생물학적인 노화에 의한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여성과 남성의 차이, 아니 개인적인 성욕구의 차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성의 질 건조증은 K&Y젤리, 남성의 발기부전은 바이아그라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나 그 이전에 성애욕구가 발현될 수 있는 정서적 공감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애틋하게 손잡아 줄수 있는 감정과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성생활 매너의 학습이 필요하다.

아무리 60년 넘게 같은 이부자리 속에서 잠을 자왔다 하더라도 그것이 천생연분으로써 쌍방이 아닌 따로국밥의 부부생활을 해왔다면 노년기의 노부부 성생활은 여성에게 있어 성고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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