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10년을 결산하는 5·31 지방선거는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동안 국민들은 지방자치운영을 얼마나 슬기롭게 운영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중요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정치권에서 지방자치운영으로 무력해진 중앙권력을 회복하기 위해 지방의회를 장악하고자 했던 기초의원정당공천제의 시험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기초의원정당공천제의 뒤에는 지방의원유급제라는 유혹으로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지방의회의 반발에 대비하는 철저함을 보여줬다. 결국 10년의 세월을 공들여온 풀뿌리 지방자치의 순수성은 인기정당에 줄서기와 지방의원유급제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고질병이었던 영남, 호남간의 지역패권정치는 참여정부를 맞아 특정지역에 뿌리를 두지 않고 지역색을 타파한 화합정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지역마다 공공기관이전과 기업도시, 혁신도시, 산업특구, 관광특구 등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과 중앙정부가 소유한 여러 가지 인·허가권을 자치단체로 분산시키는 분권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지방자치의 운영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지역이기주의를 위한 목소리만 커져가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항의성 민원에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지방정부는 지방정부대로 광역단체가 기초단체를 통제하지 못하고 기초단체간의 이기주의적인 논쟁 속에 끌려 다니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처럼 문제점을 노출시킨 지방자치는 균형발전과 분권정책을 진행하는 속에서도 지방의회의 통제권을 정당공천제를 핑계로 중앙정치권이 장악하도록 명분을 만들어주고 만 것이다.

기초의원정당공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던 사회지도층인사들의 예측대로 5·31 지방선거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중앙정치권의 계획대로 그동안 정당을 외면하던 지역의 실력자들이 인기정당의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고 옛날정치의 방식대로 지지당원을 모집해 등록시키는 등 공천권사수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지방자치를 위한 10년 공부가 도로 아미타불이 돼버린 것이다.

지방선거가 대선을 준비하는 전초전으로 돌변하는가 하면 인기몰이에 중앙의 거물급인사들이 지원유세로 부채질을 더 하고 있다. 선거구호는 지방정부의발전이 아닌 정권창출을 위한 대선공략으로 바뀌고 어제까지도 오매불망 소원하던 지역의 중요현안들이 정쟁의 희생물로 둔갑해 지지고 볶아대며 논쟁을 벌인다. 청렴결백한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중앙정당이 전략 공천한 인물이면 무조건 당선시켜야 하는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처럼 인물검증보다는 정당선택이 우선하는 선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방의회진출로 실력이 검증된 다선의 실력파의원들도 정당에 기여도가 없어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출마를 했지만 인물보다는 정당을 선택하는 구시대적 선거방법은 다선의 경력이나 일 잘하는 인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외면하는 유권자들의 정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합동연설만이 사라졌을 뿐 공천비리와 경선비리가 부활하고 사라진 돈 봉투가 등장하는 5·31 지방선거는 무법천지의 선거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지역을 생각하고 나를 생각하고 소중한 한표를 찍어줄 사람을 검증하고 선택할 기회를 빼앗아 버리고 바람몰이 정당선택을 부추기는 과거의 선거풍토로써 지방자치의 후퇴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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