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월이군요...”

영국 ‘헨리8세’의 왕비였던 ‘앤’은 부정의 누명을 쓰고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빛나는 오월의 대지를 보며 탄식하듯 남긴 한마디 말이 있었다. “아! 오월이군요.”

‘앤’이 왕후자리에 있었던 기간은 꼭 1천일, 그래서 후일 사람들은 그녀를 ‘천일의 앤’이라고 부른다.

‘헨리 8세’가 결혼 전에 ‘앤 블린’에게 보낸 유명한 편지 한 도막.

“엄격한 당신이 몸과 마음을 허락한다면/ 당신은 앞으로 나의 유일한 연인이 될 것이오./ 오로지 내 마음은 당신만을 위해서 봉사하게 될 것이오./ 영원히 당신 사람으로 남고 싶은 사람이….”

당시 ‘헨리8세’에게는 ‘캐더린’ 왕비가 있었다. ‘앤 블린’에게도 약혼자가 있었다. 그러나 ‘헨리’는 이혼도 불사하고, 법을 고쳐가며 교황청과 맞섰고 자신을 수장으로 하는 새로운 교회를 세운다.

그렇게 쟁취한 사랑.

그러나 ‘헨리 8세’는 그 편지 속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앤’을 마녀로 몰아 처형했다.

빛나는 오월하늘 아래에서였다.

‘존 덴버’에게도 ‘애니’라는 사랑스런 아내가 있었다.

그는 아내를 위해 이렇게 노래했다.

“내 마음을 채워주는 당신/ 숲 속의 밤처럼/봄날의 산처럼/ 빗속의 발걸음처럼/ 사막의 폭풍우처럼/ 잔잔한 푸른 바다처럼 다시 한 번 나를 채워 주십시오./ 당신 품에서 죽게 하시고….”‘애니를 위한 노러라는 이 곡은 지금도 팝 역사상 최고 의 연가로 꼽힌다.

이 아름다운 노랫말을 듣고 미국의 수많은 독신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고집을 꺾고 결혼을 결심했다는 말이 회자되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존 덴버’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애니’와 이혼해 충격을 주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이영애’에게 이렇게 반문하지만 결국 사랑도 사람도 공약도 변해간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사나이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가 다시 한국에 왔다.

워드는 한국 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아의 평가전이 열리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시축도 하며 기쁘게 웃었다.

함께 온 그의 어머니는 훨씬 여유로워 보였고 동행한 그의 아내와 아들 등 가족들은 참 행복해 보였다.

4박5일 동안 머물 예정인 워드는 첫 방한 때 약속한대로 혼혈 아동을 돕기 위한 ‘하인스 워드-펄벅 재단’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오늘 펄벅 재단과 체결한다.

그의 그 ‘아름다운 약속’이 부디 이 땅에서 좋은 결실을 맺길 소원한다.

내일 모레면 드디어 5·31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앤’ 왕후가 “아! 오월이군요.”하며 그렇게 애절하게 남겨두고 가야했던  이 아름다운 오월에, 그 오월의 마지막 날에 우리는 누군가를 선택해야한다. 막바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들의 총 공세가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그들이 내놓는 약속도 갖가지다.

‘하인스 워드’처럼 아름답고 실현 가능한 약속을 내놓고 그리고 정성을 다해 지켜갈 그런 후보를 뽑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이렇게 변해간다지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그들의 약속은 정녕 거짓이 없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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