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나도 소나무를 유난히 좋아한다. 어딜가나 소나무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청천 화양구곡 비석리 왕소나무 같은 신비의 나무에서, 정원에 심겨져 있는 작은 반송에 이르기까지 솔가지 맺혀있는 소나무는 다 좋다.

학창시절 한 때 소나무 그리기가  유행이었다. 펜으로 잉크를 찍어 철갑을 두른 듯한 적송 몸통을 그리고  늘어진 가지에 솔잎 쓱쓱 돋아나게 하고는 중천에 뜬 달에 기러기 몇 마리 그려놓으면 그림이 완성되던 때.

그림 한 켠에 ‘노력’ ‘인내’ 같은 단어를 한자로 멋지게 써 놓기도 하고 더러는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또는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같은 격언을 쓰기도 했다.

우리 집 정원에도 몇 그루 작은 소나무가 있는데 작은 반송 몇 그루에 분재가 몇 점이다.
그 중 하나는 이름표가 달려있다.

몇 해 전 청매실 한 구루를 심으며 소연이 이름을 달아줬더니 큰 녀석이 은근히 질투를 해 지난해 심은 반송에는 기연이 이름을 달았다.

너댓살쯤 되는 작은 이 나무는 유난히 솔가지가 촘촘하고 제법 틀이 잡혀있어 모양새가 좋다.

소연이처럼 기연이도 시골집에 갈 때마다. 유심히 제 나무를 바라본다.

가끔은 티도 뽑아주고 물도 주고 하며 정을 쏟는 것이다.

10여 년 전 청주 진입로 가로수 길의 산 증인 홍재봉 옹을 취재한 적이 있다.

1951년 강서면장이던 선생은 묘목 훼손을 막기 위해 손가락 굵기의 나무마다 면민들의 이름을 달아줬다고 한다. 꺽어 버리고 밟아버렸던 묘목들이 건사 할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한 시골 면장의 지혜와 노력이 숨겨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5·31지방선거의 본격 선거전이 시작됐다. 작고 큰 현수막이 가로수 터널처럼 길을 덮고 있다. 그 현수막 속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웃고 있다.

저기 저 미소 속엔 얼마만큼의 가식과 위선이 있을까 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몇몇은 실제 덕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몇몇은 누가 봐도 억지 춘향의 모습이었다.

그 현수막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우리가 뽑을 저 사람, 저 후보 얼굴에 보이지 않는 이름표를 달아주자.그래서 늘 닦아주고 쓸어주고 격려하며 미소로 화답하자.

그러면 그이도 저 벽보 속의 저 미소로 내내 해맑은 의정활동, 단체장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함부로 그들을 폄하하거나 비판하지 말자.

저들도 다 뜨거운 가슴으로 용기를 내어 저 자리에 서 있는 것이리니….
제대로 뽑고, 그런 다음에는 그윽한 미소로 화답해주자.

후보자들도 덩실 신바람으로 페어플레이 선거운동을 하고 지켜보는 우리들도 지지자들을 따라 즐겁게 환호하고 우리들의 생각과 나름의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어필하며 축제를 치르듯 재미있게 선거를 맞이할 수는 없는 것인가.

아무튼 저 많은 후보들은 모두 소중한 우리 이웃이다. 그들이 신명을 다해 선거에 임할 수 있도록 더 환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고 격려하자.

저 유명한 안도현의 짧은 시는 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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