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 고심끝에 일시소환한 최상룡 주일대사를 당분간 귀임시키지 않고 국내에 체류토록 결정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 10일 일시귀국 조치한 최 대사를 3∼4일간만 국내에 머물게 한뒤 귀임시킬 예정이었다.

정부가 최 대사의 귀임일자를 놓고 고심해온 이유는 아키히토 일본천황이 16일 도쿄에서 열리는 월드컵 공동개최 기념 한국 창작오페라 `황진이’ 공연에 참석하기로 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우리측이 일본 주요인사들을 초청했기 때문에 의전 관례상 당연히 주일대사가 공연장에서 천황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을 영접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최 대사를 귀임시켜 천왕을 영접토록 할 경우 역사교과서 문제로 들끓고 있는 국민적 분노를 한층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아직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의차원에서 일시소환한 최 대사를 `빈 손’으로 보낼 수는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는 천황이 일본 국민에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 최 대사가 영접하지 않을 경우 우익세력에 비판적인 일본내 건전 여론마저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점 때문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의 심각성을 감안, 최 대사의 황진이 공연전 귀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정부 부처간 협의가 아직 진행중인 상태에서 최 대사와 좀 더 협의할 것이 남아있고, 국회 상임위나 특위에도 최 대사가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당국자는 “오래전부터 계획된 이번 공연관람에 주일대사를 보내지 않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다”면서 “특히 우리측 초청이어서 막판까지 공연전 귀임을 두고 고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황진이’ 공연에는 고노 요헤이 외상, 마치무라 노부다카 문부과학상 등 일본 정계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할 예정인데 주일 대사관에서는 최 대사 대신 유광석 주일공사가 참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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