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먼 나라란 얘기다. 일본은 대체로 한국에 대해 겉으로는 ‘친한’인 반면 속으론 ‘반한’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대해 겉으로는 ‘반일’인 반면 속으로는 ‘친일’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일본 교과서 왜곡, 외무상 망언, 독도 문제 등이 대두될 때마다 한국은 모든 언론이 나서 일본을 질타한다.

그러다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썰물이 빠져간 듯 조용하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흥분을 잘해 냄비근성이 있다고 한다.

최근 독도 영유권 주장 및 한국 배타적 경계수역(EEZ)내 수로 측량 시도가 한·일 관계를 크게 긴장시켰으나 일단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지난 25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를 통해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강경외교’를 선언하는‘노무현 독트린’을 출현시켰다. 이는 대일 관계의 악화를 무릅쓰고 부당한 주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강경 대처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다.

양국 간 외교적 타결 이후에 나온 선언이지만 매우 강력하고 분명한 대일 메시지이다. 이번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강한 입장을 표명한 반면 국민들은 대체로 차분하게 대처해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일본의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국내용’이라고 폄훼한 것은 잘못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제의하고 이를 거부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유감스런 행위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 왔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비판하고 있는 것은 한·중뿐이다. 마음의 문제에 타국이 개입할 수 없다”며 반격했다. 전에는 없었던 한·중과도 당당히 싸울 수 있는 총리라는 것이 일본인의 자존심을 부추겼다. 이 같은 점을 교묘히 이용해 그는 국민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 일본 지도층은 역사 의식과 도덕성 면에서 서독의 브란트 총리로부터 배워야 한다. 독일 패전 직후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죄의 문제에서’ 자국의 죄를 직시·자성해 책임을 ‘주체적으로’ 맡는 것, 그리고 그 반성의 토대에서 새로운 독일을 건설하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한·중·일 간에는 과거에도 가끔 어업 문제로 마찰이 있었다. 그러나 한·중·일 3개국은 아직도 EEZ 경계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근해에 섬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일간에 독도문제는 어려움이 있다. 성급하게 과격한 대응은 오히려 일을 어렵게 한다. 일본 정부 선박을 나포하는 행동을 할 경우 국제법정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독도의 분쟁을 원하는 일본의 계산일지도 모른다.

일본은 근시안적 시각으로 한·일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편협한 민족주의와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 한·일 선린 외교를 위해 힘써야 한다.

일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이미 몇 번이나 사죄했다고 하지만 한·중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겉치레로 받아 들인게 사실이다. 말로만 사죄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번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억지 표기한 교과서부터 개정해야 한다.

한국도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을 감안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주장만 할 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잘못을 깨끗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일본으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에 미아로 그냥 남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일본 시민사회의 성숙과 정치 지도자의 자질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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