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가 20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했다. ‘여성 총리시대’가 열린 것이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의 등장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여성인력의 활약이 나날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총리의 탄생은 여성계에 큰 희망을 안겨줬다.

우선 얼굴이 밝은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얼굴이 잘 나고 못나고를 떠나 험악한 표정으로 독설을 퍼붓던 총리를 겪어서인지 한 총리의 부드러운 인상이 돋보인다.

또한 한 총리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정치권에 대해 그동안 느껴온 염증과 실망의 반사작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협과 상생, 대화 보다는 대립과 갈등, 분열만을 보여준 것이 우리 정치판의 현주소이다.그래서 여성 총리의 탄생에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명숙 총리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에는 여성운동가들이 대거 연일 방청석을 채워 눈길을 끌었다. 진보계열은 물론 보수계열의 인사들도 대거 참석, 여성 총리 탄생에 대한 응원과 압력을 보여줬다.

한 총리는 임명동의안 통과후 “대한민국호에 야당과 여당, 국민들과 함께 타고 가면서 어울림의 항해를 하겠다”고 말했다. 모처럼 듣기 흐믓한 말이 아닐수 없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총리 인준 직후 성명을 통해 “희망과 상생의 정치를 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 총리 앞에 놓은 과제는 험준하기만 하다. 대다수의 언론이 지적하는 대로 먼저 한 총리는 부드러운 지도력을 통한 화합과 공존의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걸핏하면 정쟁을 벌이는 정치판,다소 논쟁적인 사안마다 이를 이분법으로 나누고 정치권과 공론를 갈라놓은 여론주도층들 사이에서 국민들은 지쳤다. 이를 조정할 수 있는 한 후보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한 총리는 ‘여성문제 전문 정치인’이 아닌 ‘여성정치인’으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에게 쏟아진 주문은 ‘공직사회 여성진출 확대’와 ‘양극화 해소를 통한 삶의 질 향상’등을 들 수 있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이 전임 총리때 유지해왔던 ‘책임총리제’의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가 의문이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여성계에서는 “야당이 몰아치는데도 차분하고 공손하게 응대하는 내공이 대단하더라”고 추켜세운 반면,국정 운영에 대한 지식과 준비에 대해서는 큰 점수를 받지 못한게 사실이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현안들은 발등에 불인 일본의 독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 수로측량 계획, 한미자유무역협정 추진, 5·31 지방선거 등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 

총리의 역할이 대독이나 의전에 불과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이제 막중한 국정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쏠리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정당대표로서 여성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한 총리는 국정의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여야 할 때이다.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닉네임을 넘어서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여성 지도자의 모델로 성공한 총리가 돼야 할 책무를 졌다.

대인이란 재(才)보다 덕(德) 이 큰 사람을 말한다. 소인이란 재가 덕보다 큰 사람을 말한다. 큰 일에는 큰 인물이 필요하다. 적어도 국민을 대신해서 나라 살림을 돌보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대인다운 데가 있어야 한다.

한 총리가 여야를 뛰어넘어 ‘큰 사람 큰 정캄를 한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포용과 대화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소신과 장악력을 갖고 국정을 처리해나감으로써 ‘성공한 총리’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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