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조용필이 부른  ‘그 겨울의 찻집’의 한 소절이다. 요즘 거리를 지나칠 때마다 나는 이 노래를 떠올린다. 모두 환하게 웃고 있는 대형 현수막 속의 사람들.  그러나 사실 그 속을 보면 대부분 눈물이 맺혀 있다. 우선 당장 몇 갈래 길로 넘어야할 산이 너무 높다.

공천심사위원에 당직자와 당원들 그리고 지역 주민, 첩첩 산중의 사람들 틈에서 기진맥진하다가 애써 웃으며 거리에 나서 유권자들을 만나보지만 갈 길이 먼 미완의 예비후보라는 표찰 때문에 스스로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그 것은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여서 그들을 볼 때마다 표정관리가 마땅치 않다.

평소 편하게 지내는 몇 몇 예비 후보들에게 나는 말랑말랑한 표현으로, “그래. 딱지는 떼 놓은 당상이지?”하며 격려 반, 농담 반으로 말을 건네면 그들은 모두가 다 한결같이 자신 있다, 잘 돼가고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내가 봐도 좀 어려울 것 같은 후보도 분명히 있건만 일단 선거전에 뛰어들면 그 무엇이 앞을 가려 내생각대로만 세상이 보이는 법이다.

내가 나를 잘 모르니 그들은 끝없이 어필하고 종용한다. 그러니 그 속에 있는 고위 당직자들의 고민은 오죽할까싶다. 여론 보랴. 당원 눈치 보랴. 공천심사위원들 자료 보랴…. 모르면 몰라도 아마 요즘 제일 잠 못 드는 사람들은 예비후보가 아닌 그들의 예비 표찰을 떼 줘야 할 당직자들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대학입시를 치를 때만해도  예비고사라는 게 있었다. 대학 본고사에 앞서 절반 정도는 대학 정문에도 못 가고 그 턱에 걸려 좌절했다.

거기에 걸려 미리 넘어진 수험생에게는 예비고사도 떨어진 녀석이라는 무거운 멍에가 한동안 따라 다녔다. 그 제도는 곧 폐지됐다.

이번 선거가 꼭 그 모양이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예비후보등록제는 곳곳에서 삐거덕거리는 잡음을 내고 있다.

지난 2002년에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이번 예비후보등록제는 신인정치인에게 문호를 넓히고 충분한 선거 기간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평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들의 난립과 당내 갈등 그리고 선거가 조기 과열되고 있다는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크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우려한다.

어려운 이 경제 여건 속에서 후보자나 유권자가 이렇게 선거 후유증을 두 번으로 확대해 치러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풀뿌리 우리 동네 선머슴을 뽑는 기초 의원선거에서 굳이 정당공천과 예비후보등록제를 꼭 적용해야 했을까 하는 점이다.

또 우리 선거법이 너무 자주 바뀌는 데다 현실감이 적고 단속과 규제가 지나쳐 신바람 나는 즐거운 선거축제로 녹아들지 못한다는 것도 간과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돈은 돈대로 들면서 재미도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선거제도는 작금의 우리 교육제도와 참 많이 닮아있다. 입시지옥에 지친 우리아이들이 소설책 한 권, 음악 한곡 제대로 들을 수 없듯이 복잡한 공천 지옥을 거쳐 온 기진맥진한 우리의 예비후보들도 언제 몸을 추슬러 정책개발을 하고 공약개발을 할까.

그래서 이렇게 유권자들을 연모하는 그들을 보면 이 조용필의 노래가 더욱 애절하게 귓가를 맴도는 것이다.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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