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그 사람의 마음의 거울이다.   한 사람의 사상, 세계관, 감정, 집단성, 정체성, 현실인식 등이 말에서 묻어 나온다. 말의 이런 오묘함을 알지 못하고 잘못 전달했다가는 낭패를 보는 일이 적지 않다. 말을 잘못해 비난받으면 “말꼬리를 잡는다 “중요한 내용은 “무시하고 사소한 표현만 시비삼는다”고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표현에서 보듯, 말은 선택행위이며 그 선택의 배후를 헤아려 말뜻을 파악해야 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 정치인 등이 최근 국민이나 언론에 대해 하는 말들이 국민들의 근심을 자아내고 있다. 말에서 여유나 유머는 자취를 감추고 독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해찬 총리가 ‘3·1절 골프파문’과 관련해 물러났다. 말이 화근이었다. 이 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의원들을 인신공격 해놓고 “국회가 난잡하다”는 말까지 하는 등 의원들을 꾸짖고 훈계하는 답변을 여러 차례 해 왔다. 그는 해외 순방 중 술해 취해 “동아·조선이 내 손아귀에 있는데 까분다”드니, “어느 신문은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해 취중의 심리상태가 표출된 해프닝 중 하나였다. 그는 답변 대신 국민의 대표들과 거친 설전이나 벌이고 지방의 국립대 총장들을 거침없이 면박한 것도 마음의 깊이를 알게 해주는 사례이다.

“등산을 했더라도 문제가 됐겠느냐”는 김진표 부총리의 국회 답변도 옳지 않다. 아마 그 자신이 2003년 태풍 매미 때 제주도에서 골프를 쳤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데 대한 울분이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적절한 말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의 독선적인 화법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기자들과의 등산에서 “대통령 5년은 너무 길다”는 발언을 해 “청와대가 언론들에 개헌을 시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하는 것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대통령 못해 먹겠다”, 김근태 최고위원의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보자”는 등 발언도 부적절 하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이 15일 WBC 야구대회에서 미국과 일본 등을 격파하며 연승행진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을 다소 엉뚱한 방식으로 칭찬했다가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았다.

미국의 수사학자 하트는 말의 메시지를 지배하는 것은 화자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면 독특한 화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통령은 인간성을 강조하는 낙천적인 화법을 구사하며, 매우 구체적이고 단순한 단어로 쉽게 이야기하고, 확신에 차거나 과격한 단어는 피하는 신중함을 보인다는 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린드 존슨이나 리처드 닉슨 등은 부통령 시절에 즐겨 쓰던 표현을 대통령 당선후에는 쓰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역시 상원의원 당선 후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화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말이라는 것은 한번 발설하면 영구히 되는 것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정치인은 자신들이 토해낸 말들에 대해서만은 엄격히 책임져야 한다. 지난 시절에 한 말과 그 후의 처신 사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도자의 덕목에도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은 일 하나, 말 한 마디도 결코 가벼이 하지 않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한 고위 공직자의 덕목 가운데 하나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온 국민의 장래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가능한 낙천적인 화법을 구사해 국민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언어를 구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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