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이란 말이 유행이다.

‘복합’은 두가지 이상의 것이 합하여 하나됨을 의미한다. 대개 ‘부정적’이라기 보다 ‘긍정적’으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사용되는 ‘복합’이란 단어는 주로 ‘부정적’으로 와닫는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주상복합아파트.

아리송한 외래어도 유행이다.

IT·BT에 바이오 그리고 혁신도시 테크노 폴리스….

지방자치 시대 이후 언어의 인플레가 심해졌다. 툭하면 세계 속의 무엇이고 한국의 최고이고 핵심이며 중심이다. 구체적인 실효성이나 실현성은 제쳐두고 그럴듯한 말만 양산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정책의 모습을 띄고 한번 말이 나오면 그 말은 곧 포장된다.

이번에 논란이 됐던 초고층 아파트의 분양가 문제도 그렇다.

높은 분양가의 책정 이유 중 하나로 시공사 관계자는 ‘국토의 핵심권, 중심권으로 부상’ 운운하며 도시적 특성을 강조했다.

아직 실체도 없는 도시의 신 정책 부가가치를 상술에 이용한 셈이다.

나는 그 아파트가 옛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서 도심공동화 해소대책에 일조를 한 부분은 높게 평가한다.

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주거 선택의 폭을 넓혀 줬다는 일면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안타깝고 우려되는 일들이 아파트 높이 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한 평 분양가 값 밖에 안 되는 천 만원이 없어 사글세를 전전하는 극빈영세민들, 부동산가격의 동반상승으로 매년 분양 헛다리만 짚고 마는 집 없는 서민들에게 그 집은 41층 높이의 자괴감으로 켜켜이 쌓여질 것이다.

또 그 바로 뒤 그늘에 묻히고 위세에 짓눌려 버린 듯한 미호아파트 주민들은 어찌 할 것인가.

어찌 보면 이 일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수천 세대의 초고층 아파트가 다시 옛 대농 터에 들어선다 한다.

그렇다면 도심공동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주변 아파트 분양가는 너울너울 동반 상승 할 것이며 대형 쇼핑몰들이 함께 들어서면서 영세 시장과 주변 상가는 속속 무너지고 가경동 일대는 네온사인 반짝이는 환락과 교통지옥의 도시로 변할 확률이 높다.

물론 이런 일들이 그냥 나만의 우려로 끝나길 나는 소원한다.

이제는 현대적 도시의 개발논리와 기능, 그리고 그 곳에서의 삶의 개념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좋은 자연환경이 아름답게 유지되는 특색 있고 개성 있는 단아한 도시를 사람들은 꿈꾼다.

전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쾌적하고 윤택하게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신 현대 도시의 기능임을 생각한다면 과거 육칠십년대 식의 팽창주의, 개발우선의 마인드는 이 웰빙이 최대의 화두인 이 시대에 더 이상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나는 옛 청주 같은 푸르고 맑은 그림 같은 도시에서 살고 싶다. 거기에 따뜻한 충청도 인심과 문화와 전통이 어우러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땅값, 집 값도 적당해서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맑은 고을’ 이라는 원래 이름대로 우리 청주도 이제 제대로 이름 값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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