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마다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당지지도가 높은 한나라당에는 출마후보들이 몰리면서 공천과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반면, 타 정당은 심각한 인물난을 겪는 등 ‘정당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출마후보들이 정당지지도가 높은 당에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공천잡음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각 정당은 공천비리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정당 특성상 공천후유증은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후보들의 한숨 섞인 ‘공천후유 전주곡(前奏曲)’이 많은 것을 보면, 이 것이 차기 대선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한 기초의원은 공천경쟁과 관련, “‘배알이 뒤틀려’ 더 이상 참기가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조폭도 아닌데 당간부가 눈에 띄었다하면 쪼르르 달려가 90도로 꺾고, 이리 오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고, 마치 유치원생 같다”고 표현했다. 광역후보인 한 정당인은 “당의 요구에 따라 당원확보와 인력동원을 분에 넘치도록 했지만 도대체 공천이 뭔지, 본 게임에 들어가기도 전에 진이 다 빠졌다. 자존심은 버렸지만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어디 두고 보자. 지금은 공천에 목매는 사람들이 많아 공천권을 쥐고 흔들며 즐길 수 있겠지만 대선·총선 때 그대로 돌려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선거에는 ‘떡고물’이 붙게 마련이라며 공천을 받으려면 5천만원, 1억원 이상은 줘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금액까지 정당 주변에 나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후보들은 일부 몰상식한 정당인을 지목, 하루살이 정당도 아닌데 마치 칼날을 쥐고 휘두르고 있는 형국조차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부 후보들은 공천이 여의치 않자 이 당 저당 기웃거리기보다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거나 아예 출마를 포기하고 있다.

광역의원 공천경쟁을 벌이는 한 기초의원도 “자존심까지 팽개쳐가면서 내가 왜 이렇게 공천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 이 의원은 ‘가짜 당비 대납사건’을 예상했던지, 처음부터 가짜 당원을 만들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 200여명의 정당가입신청서를 받아 당에 제출했다. 당비도 직접 낼 수 있는 사람만을 고르는 등 진성당원만을 확보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상당수가 가입조차 안됐고 당비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해당행위를 보고도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당원이 남아돌아도 정당에 가입하겠다는 사람들을 내치는 정당은 없을 것”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당의 지시에 따라 정당행사에 먹고살기 바쁜 친구들까지 동원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경쟁자의 견제에다 당 간부의 홀대였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과거 당 간부와 만찬자리에서 이 간부의 돌출행동을 보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닌지, 불안하던 터에 당 가입신청서가 선별 처리된 사실을  확인하고 기가 막혔다고 했다. 그는 당에 사람이 넘친다고 사람을 이렇게 막 대하고, 당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정당에 몸담은 것을 후회막급해하고 있다.

정당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에  ‘돈질 잘하는 사람’이 공천을 받는다”는 세간의 농담 반 진담의 경고음과 당에 대한 후보들의 원성을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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