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에 제법 살이 올랐다.
몇 차례 이른 봄비에다 눈 녹은 골짜기 벽계수까지 합세한 덕이다.

여전히 무심천은 시민정서의 원류로 청주의 젖줄로 아름답게 흐른다.
저절로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 작은 숲.

구르는 돌과 퇴적물들이 쌓여 이룬 작은 섬. 곳곳에 흰 무늬를 이루며 안착한 모래톱….
무엇보다도 그 위에 떠있는 반가운 진객 겨울 철새들….원앙이 쇠오리 청둥오리 흰빰검둥오리 백로….

그중 백로를 비롯해 몇몇 철새들은 아예 이곳 텃새가 되어 둥지를 틀기도 했다.
지난 대보름에는 남석교 다리밟기가 열려 청정한 옛 무심천과 남석교에 대한 경외심이 재차 강조 됐다.

마땅히 남석교는 복원 돼야 한다.
깜깜한 지하 하수구에 동양 최고(最古)의 돌다리를 언제까지 묻어둘 순 없지않는가.
남석교가 빛나는 돌다리역할을 하고 있었을 100년도 안된 그 시절만 해도 무심천은 물길 따라 풍류 따라 흐르던 맑고 푸른 사행천 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물길을 돌리고 강을 숨죽이는 직강 하천을 만들며 높이 둑을 쌓아올리면서 청주의 역사·문화도 묻히고 강 기운도 그때 함께 묻혔다.

1980년대 들어와 급격히 도시팽창이 되면서 하천은 인간의 편리를 위한 공물이 됐다.
이중삼중으로 하상도로가 이어지고 주차장에 운동시설에 한때는 그야말로 뚜껑 없는 하수도이자 우수로 이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무심천이 생기를 되찾고 있다.
그것은 어떤 기발한 프로젝트와 개발사업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들의
의식변화에 기인한바 크다.

다시 말하면 자연은 그냥 둬야한다는 진리를 알고 나서이다
지금 가장 아름다운 서원대 앞 무심천을 보라.

그곳은 저절로 두어 생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흙이 쌓여 작은 섬이 되고 거기에 들풀이며 버드나무가 자라고 홍수터에 자연적으로 습지나 저류지가 생겨 물길이 숨쉬며가고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백로가 오고….

요즘 다시 무심천 종합계획에 의해 무심천이 대 변혁을 하고 있다.
하천 곳곳에 인공 돌섬이 생기고 어로가 있는 인공 실개천을 만들고 야생초화원에 가족 피크닉장, 미니골프장….

청주시의 계획대로라면 무심천은 곧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명력 넘치는 생태공원화. 웰빙하천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말꼬리를 잡는다는 비난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어떤 형태로든 인위적인 시설투자중심의 하천사업은 반대한다.

생명력 넘치는 참살이의 원래 말뜻은 무엇일까.
저절로 물이 흐르고 고여 여울을 이루고 저절로 들풀과 나무들이 자라 풍경을 이루고그곳에 자연스럽게 물고기 철새 풀벌레 모여드는 것 보다 더 생명력 넘치는 강물이 있을까.
 하천은 하천이지 무슨 또 공원은 무엇인가.

단언하건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물길 제 스스로 만들어 가는 저절로 흐르는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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