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여개 계단 올라 촘롱학교 도착
현지 학생들과 어울마당서 하나돼

   
 
  ▲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원들이 촘롱학교 학생들과 가진 어울마당 행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서있는 곳이 4천200m, 내 눈 앞에 보이는 저 산의 표고차가 4천m. 그 거대한 산을 바라보며 충청매일 깃발을 꺼내들었다. 충청의 미랠젊은 신문에서, 한국의 미랠젊은 신문으로의 도약을 기대한다.

룽다가 휘날리는 베이스캠프를 뒤로하며 돌아서려니 두고 가는 현옥이형 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홍성호(충북산악구조대자문위원)형과 나는 함께 흐느꼈다.

4천130m에 위치한 트레커들이 올라오는 정면에 위치한 ABC게스트 하우스 벽에 충청매일 사기를 게시했다. 자연과 인간을 어우르며 환경을 생각하고 강자에게는 강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따뜻한 신문이 되기를 기원하며 영원히 안나의 품에 충청매일 사기를 게시했다.

이제 안나의 내원에서 빠져나가 속세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 곳에서 3일만 걸으면 모든 것이 인공적 요소에 의해 성립된 속세다. 그 또한 그리움의 대상이다.

내림길은 또 다른 맛이다. 먼지가 풀풀 나고 다리에 힘이 풀려도 가벼운 마음과 까마득한 계곡 저편을 바라보며 걷는 시원함이 있다. 허나 너무 지쳐있는 대원들에겐 지겹고 짜증나는 길일게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어떻게 올라왔나 모를 가파른 길, 배에서는 ‘꼬르륵’ 하는 소리가 요동친다.

어느덧 밤부(2천515m)에 닿았다. 하루에 표고차 1천700m를 내려 온 것이다. 탐사대원들 모두 지쳐있다. 그간 고소적응 때문에 못했던 세면을 하고 오늘의 감격에 대해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몰려오는 안개로 인해 뒤에 오르는 다른 팀들이 그 장험한 광경을 못 볼까 걱정을 한다.

식사 후 우리 탐사대원들은 피로도 잊은 채 내일 학생들과의 프로그램에 차질이 없을까 다시 점검하고 팀을 나눠 직접 시연을 해본다. 갑자기 밤부의 적막을 깨며 웃음꽃이 피어난다.

14일동안 끊임없이 이어져온 오름길. 분명 우리는 내려가고 있는 것인데 왜 이렇게 하염없이 오를까? 오름길 후에는 얼마나 급하게 내려가야 할까? 끝도 없는 저 밑의 계곡엔 빙하물이 세차게 흘러내린다.

한국의 산이 돼 버린 안나푸르나. 만나는 모든 분들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80%는 같은 대답을 한다. 간혹 외국에서 온 이방인들이 있을 뿐이다.

강원도의 국립공원 같다는 말을 주고받을 때 미국에서 왔다는 젊은 트래커들을 만났다. 고등학생들이라 하는데 배낭크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유인즉 매년 훈련을 하러 이 곳에 오는데 식량을 뺀 나머지 모두를 직접 지고 오른단다.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신우와에서 죽 내려오니 촘롱마을 오름길이다. 표고차 400m 쯤 되는 이곳이 모두 계단으로 이뤄져 있으니 3천~4천개의 계단은 올랐을 것이다. 땀으로 범벅된 몸과 묵직한 다리를 의자에 내던지고 급하게 점심을 먹은 탐사대 일행은 학생들이 기다리는 촘롱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이르자 학생들이 줄을 서서 박수로 환영하며 목에 꽃다발을 걸어줬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목걸이는 학생들이 스스로 꽃을 꺾어 만든 값진 것이란다. 학교 운영위원장의 환영 인사말과 김영식 대장의 방문취지를 설명하고 윤석주 선생님의 풀피리 연주를 시작으로 나정흠 선생(마산고등학교교사)과 박병규군(청주기계공고 2년)은 남학생들에게 태권도 시범과 기본자세 교육을, 여선생님들은 여학생들에게 종이접기 재료로 책갈피를 함께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A·B·C·D조로 나눠 꼬리잡기, 돼지씨름, 닭싸움을 하며 함께 어울마당을 가졌다.
서로에게 따스한 정을 느끼고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심어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처음 서먹하던 눈빛은 금새 오랜 친분이 있던 사람들처럼 서로 붙잡고 껴안으며 옛 시골 운동회처럼 왁자지껄하다.

서로 서로 손을 잡고 ‘레쌈삐리리’와 ‘아리랑’을 부르며 서로를 확인했다. 운동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위는 안개 속으로 신비를 감추고 우리는 일정을 끝내야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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