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일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점(占)집도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정초에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난히 점을 보기를 좋아한다.

워낙 변화무쌍한 세상인지라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으로서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려고 하는 ‘조급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점 잘 치기로 유명한 곳이라며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명인사치고 소문난 점집을 한 두 곳 모르는 사람은 바보취급 받을 정도로 점치는 일이 일상의 생활처럼 만연돼 있다.

오랫동안 명리학(命理學)과 작명학(作名學)을 연구했다는 자칭 도사들이 사람들의 고민과 출세, 성공의 여부, 시험합격, 적성 및 직업은 물론 남녀의 속궁합까지 속시원하게 풀이해 준다니 믿지 않고 배기겠는가.

정치인에서부터 수험생을 둔 학부모, 취업을 앞둔 대학생,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점집을 드나들고 있으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속궁합까지 역술인 들에게 의탁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만연되고 있는 단편적인 하나의 병리현상이라고 해도 대과가 없을 것이다.

어쩌다 우리사회가 자신의 노력으로 앞날을 헤쳐 나가기보다는 점괘를 더 믿는 잘못된 사회풍토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기 때문에 매년 정초 때면 한해의 운세가 궁금한 나머지 점집을 찾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학가 등에서는 컴퓨터 사주팔자를 풀이해 주고 점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됐다.

유독 선거가 있는 해는 점 집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어 이들이 마치 사람들의 운명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처럼 보통사람과 달리 비춰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성잡지 등의 신년호 등에는 어김없이 유명 역술인과 점집을 소개하는 지면이 크게 차지하고, 저마다 정치인들의 도마에 올려놓고 그들의 잣대에 맞춰 믿거나 말거나 ‘청운(靑雲)’을 점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을 지목, “올해 큰 행운이 기다린다. 운명이 비켜가고 있다”고 가슴 썰렁한 점괘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마련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한해의 사주풀이(운명·사주)를 그렇듯 하게 풀이해 줄 때마다 더욱 깊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매년 점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유급제 영향으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예비후보들이 유난히 많다. 이 들 역시 상당수가 점괘를 신봉하는 집단이다. 자신의 노력은 아랑곳없이 점괘에 따라 운명이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달도 아니고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를  쏘아 올린 최첨단 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있는데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점괘를 믿고 맹신하는 불확실성의 사회에 살고 있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의 운명을 예측해 보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인간군상들에게 측은함마저 없지 않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 정당에 정치지망생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횡포도 심하다고 한다. 일부 자질 없는 정당인들이 정치지망생들을 줄을 세우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도록 만드는 것 또한 점괘를 믿는 것 이상으로 우리사회가 버려야 할 고질적인 병폐다. 자신의 불안한 앞날을 점치고 맹목적으로 정당을 쫓기보단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몸으로 부딪치고 발로 뛰는 ‘개척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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