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기업체, 충북 왜 떠나나 (하)
지자체 무관심이 산업공동화 부채질
불합리한 관행·제도 개선 선행돼야
인센티브 제공 등 지원정책 보완 시급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유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아산시의 탕정단지내 삼성전자 유치 ‘대박’을 곧잘 연상한다.

지난해 삼성이 아산시에 낸 지방세는 118억원. 아산시의 지방세 전체의 27%에 해당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LCD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2015년에는 매년 1천억원이 넘는 세금을 거둬들이게 된다.

또 지난해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아산시에 낸 지방세는 864억원으로 41.8%다. 고용효과까지 감안하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300여개의 협력업체 입주로 인구가 10만명 이상 늘어나 4만5천여명의 고용창출효과도 이뤄진다. 이러니 지자체들이 기업 활동을 잘 하고 있는 기업들까지 빼 내가는 등 기업유치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혁신도시유치와 공공기관유치에서도 잘 나타났듯이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공공기관 및 기업유치는 사활을 건 경쟁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기업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하지만 분쟁의 원인이 되고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 실례로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예를 들었다. 손 지사가 굵직굵직한 외국 기업유치를 성공시킨 것은 노사분규를 우려해 한국투자를 꺼리는 외국기업인들에게 한국노총 경기도책임자를 대동하고 투자유치설명회를 열었다. 한국의 노사문제를 누그러뜨리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

▶기업이전은 열악한 환경원인

기업이 국내·외 공장이전은 고비용 회피, 해외시장개척, 불합리한 관행·제도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전경련에 따르면 외국투자기업이 한국투자에 앞서 체크사항은 시장성장가능성, 생산비용·투자수익률, 노사관계 순이지만,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사관계를 가장 꼽는다.

노사문제의 합리화가 실현되지 않으면 외국투자기업의 썰물 같은 철수가 연이어질 수 있다. 이 밖에 관료주의, 그릇된 인식, 배타성, 제도 및 법규정의 미미 등을 들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 기업의 해외진출업체의 목적은 저렴한 노동력 활용(25.5%), 거대시장 개척·확대(25.5%), 풍부한 노동력(11.5%),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9.0%), 불합리한 관행 및 제도(6.5%)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국내·외 이전은 불가피하고 남아 있을 기업도 없다.

전달영 충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R&D,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분야의 지속적 지원과 시장경제원칙에 입각한 경영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의 국내 기반을 강화가 필요하다”며 “시장개척을 위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등 국내 잔류 유인책과 해외진출 지원책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투자환경도 국제수준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충북에 공장을 설립한 신모씨(49)는 “지자체장들이 각종 공장설립에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헛구호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장허가에서 준공까지 서류보완은 그렇더라도 집단민원을 해결하고 담당 부서를 수십번 들락거리느라 진이 다 빠졌다”며 “이러고도 기업하기 좋은 충북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이병권 관리국장은 폐수종말처리장 증설문제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입주업체증가와 기존업체의 생산시설을 늘리려면 폐수처리용량증설이 선행돼야 하는데 2년 전부터 관련기관에 요구했지만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등 5개 기업이 5천300t의 폐수 추가 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국장은 “폐수처리시설이 부족해 기업 활동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정부와 지자체 등의 무관심과 지원의지 부족이 결국 타 지역·해외 이전은 물론 산업공동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종합기계 이전 막아야

지난해 LG전자 GSM 생산라인 평택이전과 국제종합기계 전북이전추진에서 공통적인 현상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다. 그러나 이 회사들에게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기업의 이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경수 국제종합기계 상무(59)는 “전북도가 이전부지로 마련한 4만평 규모의 공장용지는 솔직히 탐난다”고 고백했다.

이 상무는 “회사의 전북이전매력은 농업관력기관 전북이전에 대다수 농기계회사와 협력업체의 이전으로 부품납품단가 30% 이하 등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충북도의 지원여부에 따라 이전문제가 결정하겠다는 것이 회사방침”이라고 밝혀 도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제종합기계는 충북도와 옥천군에 150억원의 상환 우선주 투자와 전환사채투자, 연구개발비 지원을 요청했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비로 R&D·시험비 80억원과 생산설비 투자비 70억원의 무상지원을 요구했으며 지원효과는 매출 850억원, 지역 부가가치 289억원, 고용 200명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북도 기업여건 개선 나서

충북도는 지난해 충북수출 36%를 차지했던 LG 전자 GSM 생산라인 평택이전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종합기계까지 전북 이전추진이 불거져 나오면서 ‘기업하기 좋은 충북’이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대책에 나섰다.

도는 국제종합기계가 제시한 투자지원문제를 협의하고 대북사업지원, 산·학협력 및 회사인력양성지원, 산자부와 농림부의 농기계 보조사업 연계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도는 중소기업의 경영정보제공 및 애로 해소 활동 강화를 비롯해 △기업인 예우에 관한 조례제정 △충북도 공동브랜드 개발 △향토모범기업 ‘기(氣)’살리기 △산업·농공단지 생산 활동 및 국제품질인증 획득지원 △공산품·전기용품 검사 및 확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부권내륙화물기지 등 물류·유통인프라 확충과 첨단기업·연구소 유치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도가 도내 국제종합기계의 시장 점유율(전북 43.2%) 28.2%를 확대하고 대출이자를 11.2%에서 4.4∼7.15%로 인하, 540억원 대출기한 연장, 신규 소요자금 300억원 추가대출은 물론 내고향 상품 팔아주기, 연관 산업 클러스터(Cluster)사업 등 긴급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이 회사가 옥천에 남아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도 경제통상국 담당사무관은 “국제종합기계의 이전 시 500여명의 직원과 1천여명의 협력업체의 직원, 연간 1만2천여명의 연수교육까지 감안할 경우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국제종합기계의 이전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염종만 옥천군 경제과장은 “옥천군과 충북과학대 주관으로 옥천군민 ‘주식 1주 갖기’운동을 전개하고, 충북의 농기계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전북에서 15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국제종합기계 뿐만 아니라 충북도내 상당수의 기업이 경영환경의 악화로 국내·외 이전문제가 계속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제조업경쟁력강화를 위해 국내 생산활동 강화유도 및 규제완화, 투자활성화조치 및 지속적인 투자환경개선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로드 맵’보완 등 대책수립이 시급하다.       

<끝>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