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기업체, 충북 왜 떠나나 (상)
유치 땐 인센티브 약속 등 적극 대처
지역 업체 빼갈때까지 정보는 깜깜
LG GSM생산라인 등 유출 타격 커

충북지역이 지식정보산업(IT)과 생명공학산업(BT)의 전략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뒤안길엔 충북을 떠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기업 경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노사문제, 물류비용 등 다각적인 측면을 감안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곳에 입지하는 것이 기업의 경영논리다.

한국기업들이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를 비롯해 해외로 떠나는 이유도 이같은 요인 때문이다.

충북지역에 입주해 있던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른 시·도나 해외로 ‘주둔지’를 옮겨갔거나 이전할 계획이어서 지역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충북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는 물론 지역경제계에선 ‘떠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할 뿐, 행·재정적 지원이나 인프라 구축 등 기업이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실직적 노력은 미흡하다.

이에 충청매일는 ‘긴급진단-기업체, 충북 왜 떠나나’ 시리즈를 두 차례 연재, 충북지역의 기업 이전 실태와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책을 모색해 본다.

최근 기업이전과 관련,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지자체들의 사활을 건 기업 유치전이다. 과거엔 해외이전이 주류였다면 최근엔 타 자치단체로 기업이전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됐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세수확대가 시급할 뿐 아니라 지자체장의 역량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기업유치실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치단체들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미끼로 정상적인 기업까지 빼내가면서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이전 및 기업도시 건설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자체들 간에 굵직한 기업을 서로 뺏고 빼앗기는 ‘기업유치 난타전’이 벌어지는 등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앞서 충북도내 입주업체들은 고 임금과 노사문제 등으로 기업여건이 악화, 경쟁력을 잃으면서 해외로 이전한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타 지역이전…한바탕 홍역

지난 2005년 청주산업단지 LG전자 GSM생산라인의 경기도 평택이전은 충북경제(GRDP 0.8%감소)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이 회사는 충북수출의 무려 36.3%를 차지했다.

LG전자 GSM생산라인의 이전은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충북도가 조금만 일찍 대응했다면 지역생산 및 수출, 고용에 대한 타격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2004년 1∼9월 GSM단말기 수출액은 19억6천100만달러로 충북 전체수출액 54억400만달러의 36.3%에 해당하며 생산라인 8개에 1천200명을 고용했다.

하청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GSM사업부문의 고용유발효과는 2천여명으로 평택시스템사업부의 고용인원(500명)을 감안하더라도 1천500명의 고용이 줄었다.

최근 옥천 국제종합기계(주)의 전북 전주 이전이 불거지면서 충북도와 옥천군이 화들짝 놀랐다.

충북도는 LG전자 GSM생산라인 평택이전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데다 그동안 기업유치에만 몰두했지 기존업체의 관리는 부실했고 충북도에 관리책임자도 없었다.

이 회사의 이전추진은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이 각각 50억원씩 제공은 물론 세제감면, 생산품판매 지원을 약속하면서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지시가 단초가 됐다.

그룹차원에서 이전과 함께 구조조정과 공장설비자동화, 우수인력배치 등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종합기계의 이전문제가 완전히 수그러든 것은 아니다.

옥천군은 이미 1999년 옥천조폐장(고용인원 1천110명)과 2001년 KT&G 옥천원료공장(220명)의 이전으로 지역경제침체가속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충북도와 옥천군은 국제종합기계의 이전을 막기 위해 ‘내고향 상품팔아주기’ 및 금융지원, 충북의 농기계 점유율 50% 이상 제고 방안, 기계산업 클러스터 조성방안 연구 등 긴급대책에 나섰지만 국제종합기계가 옥천에 남아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 회사가 이전할 경우 500여명의 직원과 1천여명의 협력업체의 직원들까지 다른 지역에 넘어 갈 수밖에 없다. 또 옥천 연수원에서 연간 1만2천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어 회사이전시 옥천지역경제에 주는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 (주)일신방직은 공장화제로 생산차질을 빚자 청원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성향상을 위해 광주 평동(부지 3만평)에 523억원을 들여 공장을 신축키로 결정했다.

이 회사가 이전할 경우 광주시는 200여명이 신규인력고용창출과 섬유관련 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 회사의 광주이전결정으로 직장을 잃게 된 남자사원이 자살하기도 했다.

이 밖에 CJ음성공장도 중국 이전설이 나돌았다. 확인결과 회사측은 이전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전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회사 주변에서는 “CJ음성공장은 의약품원료인 등을 생산, 국내 및 외국에 수출했으나 공장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포장용 산업용지 백판지 등을 만드는 청원(주)한솔제지도 설비노후와 원화가치하락문제 등 경영합리화를 위해 공장을 대전으로 이전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지방세는 2억6천만원을 냈으며 공장 이전으로 근로자 85명과 100여명의 협력사 직원 대부분 실직하게 됐다.

그는 “입으로는 기업하기좋은 지역을 만든다고 하지만 공장허가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공무원들이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돈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다”며 “아직도 행정기관의 관행과 횡포가 여전히 잔존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월드텔레콤 등 해외이전

충북도내 기업 중 경쟁력강화차원에서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 공장을 건립하거나 생산라인을 옮겨간 업체는 LG화학과 한국도자기, 삼화전기, 월드텔레콤, 대원 등이다.

2003년 12월 삼화전기는 청주·충주공장을 폐쇄하고 600여명의 감원계획과 공장이전계획을 발표했다가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이 회사는 지금도 경쟁력강화를 위해 공장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월드텔레콤은 2004년 1월8일 새벽 야간 근무자들이 퇴근한 틈을 이용해 생산설비 80%를 전격 철수했다.

노조의 반대로 공장을 이전하지 못했던 이 회사는 야반도주하듯 생산라인을 이전했다. 노조는 생산설비 원상복구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였으나 지금은 청주산업단지에 공장건물만 덩그렇게 남아있다.

청원 (주)대율제지는 지난해 3월 화재폭발로 종업원 등 2명이 사망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고 아예 회사를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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