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이후 미뤄오던 쌀시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올해 3월부터 시장을 개방하고 시판에 들어간다.

쌀시장 개방은 국내소비량의 4~8%까지 기준을 정하고 2006년 22만5천t을 시작으로 2014년 40만8천t까지 점차적으로 늘려가게 된다. 정부에서는 5만원대의수입쌀에 마크업을 적용 판매가격은 국산 쌀 가격과 차이점을 두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최대관세를 부과하여 발생한 이익금을 농가보전금으로 대체하자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의무수입물량의 쌀은 가공용이나 원조용으로 보관하며 시장유통을 금지해 왔지만 이제는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시중에 판매를 해야만 한다.

문제는 한국인의 식생활변화로 소비가 줄어 국내생산 쌀조차도 처리하지 못하고 길바닥에 야적을 시켜놓은 상태에서 수입쌀의 시판은 당장 올 농사를 준비해야할 한국농민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이후 사라진 수매제도는 2005년에는 정부매입 등의 명분으로 농심달래기의 정책을 펼치며 오히려 2004년의 수매 량보다 많은 120%를 사들였으나 임시방편의 정책을 외면하는 농민들의 일부는 영구대책을 주장하며 수매를 거부하고 있다.

홍콩에서 쌀 시장개방 반대를 외쳐대며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농민들의 항의도 결국 국제회의를 저지하지 못한 채 타국의 법적 심판을 받아야하는 뼈저린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2005년 국내총생산량 3천311만석에 수입쌀이 281만5천석(22만5천t)이 들어오면 2006년의 농사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농민들의 입장이다.

충북도의 경우는 2005년 생산량 180만9천석에서 정부와 농협이 매입한 697천석을 제외한 1천112석이 농가보유 분으로 중간상인을 통해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농협창고나 민간RPC의 창고에는 2004년의 재고가 아직도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이며 수입쌀로 가격폭락을 염려한 중간상인들의 사재기가 자취를 감춰, 농협의 앞마당까지도 벼가마들이 천막을 뒤집어 쓴 채로 야적된 상태에 있다.

청원군은 대통령상에 빛나는 청원생명 쌀을 홍보하기 위해 군수가 해수욕장을 찾아 청원생명 쌀 댄스를 추며 브랜드 알리기에 앞장서온 결과 명품 쌀의 시장을 일찍이 확보한 상태다. 18일 지역의 명품 쌀로 선정돼 청와대로 납품되는 청원생명 쌀은 그나마 판로가 있어 다행이라 하겠다.

한국보다 일찍 시장을 개방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자국 쌀의 명품화로 시장개방에 성공을 했다. 품질로 승부를 걸어 일본쌀로 일본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일본은 저가수입쌀을 가공용이나 원조용, 사료용으로 사용하며 철저하게 자국 쌀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는 무분별한 시장개방으로 고급수입쌀에 대만국민들의 입맛을 빼앗겨 버렸고 저가수입쌀에는 가격경쟁력에서 시장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렇듯 시장개방에 대응해 살아남는 길은 품질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며 자국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정신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의 경우 쌀 문제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쌀시장개방을 놓고 정부와 농협이 모두 사들였으니 농민들은 걱정 없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의 생각에는 농협마당의 천막을 뒤집어쓴 쌀들은 농민의 쌀이 아니고 수입쌀과 경쟁해야할 쌀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농협의 돈이 농민의 돈이고 농협의 창고가 농민의 창고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쌀 소비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농민의 창고를 비우는 일에 앞장서길 바란다. 기관장과 기업체의 대표님들께 부탁한다.

직원들에게 “설맞이 사랑의 떡쌀”을 전달하고 농민들과 함께 하는 정다운 명절을 맞이하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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