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는 아름답다. 이 땅 가장 아름다운 명당에는 으레 학교가 있다. 특히 우리들 고향 초등학교는 다들 그렇다. 명절 때 제일 먼저 발길이 닿는 곳도 초립둥이 시절의 옛 교정이다. 그곳에서면 금새 유년의 우리들이 두런두런 소리를 내며 운동장에 다 모여든다.

기계충 먹은 상고머리를 하고 운동장 한 켠, 꼰을 두던 악동.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팔짝팔짝 고무줄 놀이를 하며 부르던 계집애들의 그 노래 소리.

“♪무찌르자 공산당 몇 해 만이냐. 대한남아 가는데 초개로구나.”

시골학교는 그 지역 정서의 뿌리며 문화의 구심체이며 그곳을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엔진 같은 곳이다.

한집안 형제는 물론이고 2~3대가 동문을 이루고있는 집이 많다. 오래된 학교 대부분은 부락사람들이 땅을 내놓거나 얼마간 추렴해서 손수 지은 것들이다. 주지하듯이 그 정겨운 학교들이 지금 모두 풍전등화의 모습이다. 1980년대 초부터 교육부에서 실시한 영세학교 통폐합 조치에 따라 이미 전국의 수많은 학교들이 통폐합돼 사라져갔고 그 조치는 지금도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학교가 있는가하면 학부형과 동문들의 반대에 부딪혀 폐교가 지연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한번 폐교대상 학교로 지정되고 나면 대상에서 해제되는 예는 거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소규모학교가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고 이농현상으로 빚어진 학생수의 감소로 학교운영이 곤란하기 때문에 교육예산 절감과 교육력 제고를 위해 통폐합을 진행한다”며 강조하고 있다.

충북 도내에만 내년부터 실시되는 학생수 10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 통폐합대상 학교가 초등학교61개교,중학교18개교등 전체의 16.7%에 달하고 있다.

통폐합대상 기준은 학생 수 10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로 공시 하고있다.

이런 속도로 간다면 불과 몇 년 안에 우리들 고향 시골학교는 모두 사라진다. 그나마 무슨 수련시설이나 놀이공간, 예술촌으로 용도 변경된 학교는 참 다행이다. 많은 학교들이 풍창파벽 흉물로 변한 지 오래요, 더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가 어느 날 그렇게 사라져버린다 상상해 보라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어쩔 수 없는 농촌 현실이고, 시대의 흐름이고 불가항력이다라고 애써 잊으려해도 그 큰 상실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늘 이런 아쉬운 의문이 드는 것이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너무 경제적 잣대로만 학교를 보진 않았을까.

마지막 한 아이가 남을 때까지 함께 남아있으면 안 되는 것일까. 두메산골 저 아름다운 학교가 꼭 그렇게 교육적 환경이 열악한 곳인가. 폐교 후 에도 학교를 훼손 없이 그대로 보존 할 수 는 없었을까. 그리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기적처럼 우리 농촌경제가 되살아나 마을 곳곳 아이들 울음소리가 넘쳐흐른다면, 그래서 다시 빈 교정에 우리아이들의 고무줄놀이 노래 소리와 교장선생님말씀 웅 웅- 다시 담을 타고 넘는 때가 오면 그때는 어떡하겠는가. 이 생뚱한 상상이 정말 생생한 현실로 오는 건 진정 요원 한 것인가.

오늘도 텅 빈 이 시골학교 빈 교정을 지나칠 때면 이렇게 안타까운 생각들은 꼬리를 물고 또 문다.

내가 좋아하는 하덕규의 노래 중에 이런 게 있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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