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호 충북체육회 건강증진부장

[충청매일] 매월 예약일 오전 9시가 되면 청주관내 조기축구 클럽들은 청주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에 클럽별 4~5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주말 및 공휴일에 축구장 사용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축구장 사용을 원하는 클럽은 많지만 축구장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야구, 탁구, 게이트볼, 파크골프, 테니스, 족구, 풋살, 수영 등 동호인이 많은 생활체육 종목들도 역시 시설의 부족으로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2017년 말 기준 공공체육시설은 전국적으로 2만6천900여개가 있고 2018년 기준 학교체육시설은 1만1천600여개로 집계된다. 위치도 좋고 시설도 괜찮은 편이다. 활용만 잘하면 많은 주민들이 편안하게 운동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공공체육시설 대부분의 경우 자치단체 시설 운영 방침 및 조례 등을 들어 임대료 및 사용료를 지급한다 해도 시설관리 문제 및 안전사고 책임성 때문에 개방을 꺼려하거나 개방조차 하지 않는다.

공공체육시설과 학교체육시설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지어진 것인데 누구를 위한 체육시설인지 의문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공공의 체육시설이 다중이 대상이 아닌 특정인을 대상으로만 사용하거나 개방을 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한다면 체육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일이며 국민건강증진에 역행하는 행정일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한 이념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유럽 중 생활체육이 가장 발달된 독일의 경우 다양한 생활체육시설이 균등하게 분포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네마다 체육센터가 있어 누구나 1만~3만원의 한 달 회비만 내면 동네에 있는 공공체육시설을 이용한다. 공공체육시설 대부분 스포츠클럽에 위탁 운영하며 소도시에도 수영장을 갖춘 공공체육시설을 조성해 재활, 예방, 종목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설이용률 관련 조사에 의하면 자주 이용하는 체육시설은 민간체육시설이 공공체육시설을 앞서 민간체육시설 26.8%, 공공체육시설 22.7%, 기타 체육시설 10.8%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많은 돈을 들여 민간체육시설을 활용하는 인구가 많고 경제적 여유가 없어 운동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공공체육시설 및 학교체육시설 개방과 활용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 체육시설 사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책임을 묻고 있는 제도개선과 시설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력을 배치가 이루어져야 된다.

타 도시 대비 체육시설 기반이 적은 충북도의 경우 방치된 공장건물, 폐교 등을 지역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변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체육시설은 보고 관리만 하는 전시 조형물이 아니다. 옛말에 집에 온기가 없으면 서서히 무너져 간다는 말이 있다.

체육시설도 아껴두고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필요가 없으며 건물의 노후화만 빨라질 뿐이고 체육시설이 개방되어 사용될 때 체육시설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시설 수명도 길어질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국민 건강의 증진을 위해서는 제도적 자치를 마련하여 지역의 모든 공공체육시설들을 지역주민 누구나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체육시설 기반을 더 많이 구축하여 누구나 생활체육을 함께 누리고 참여하는 생활체육 문화 조성이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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