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덕초등학교 교감

현대 사회에 필요한 것 중 하나를 꼽자면 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는 오늘도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하거나 업무를 위해 이동하고 때로는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가장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어느 발명품보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지금의 형태와 비슷한 근대적 형태의 가솔린 자동차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885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소유주가 고종황제라는 점을 본다면 대한민국에 자동차가 등장한 게 120년도 안 된 근래의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것이 바로 운전면허이다.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공문서인 자동차 운전면허는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한 칼 벤츠에게 바덴공국이 발급해준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1885년 자동차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자동차 운전면허도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읽기는 자동차만큼이나 우리 생활에서 일상적이다. 아침 출근길 버스 창밖으로 지나가는 간판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읽는다.

업무 일정을 확인하거나 여행지에서 안내문을 자연스레 들여다본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역시 아무런 의심 없이 글을 읽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자신이 글을 읽어내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인쇄물로 넘쳐나는 시대에 읽기는 숨을 쉬는 것만큼 당연한 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연스레 생각하는 읽기 능력은 자동차 운전면허처럼 필요에 따라 후천적으로 만들어졌다. 인류 최초의 문자라고 인정되는 수메르의 설형문자가 없었다면 읽기 능력 역시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없었다면, 100여 년 전의 학교교육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읽기 능력 역시 보편적 현상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읽기는 말하기와 달리 인위적 환경과 노력을 통해 개발된 자연스럽지 않은 능력이기 때문이다.

운전면허와 읽기 능력. 두 능력 모두 후천적으로 개발되었다는 특징 외에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유창한 기능으로 통합되고 나면 초보일 때 겪었던 과정을 쉽게 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동차를 처음 운전하며 겪었던 서툰 경험을 가지고 있다. 페달 위치와 기어 변속, 거울을 확인하거나 도로에 합류할 때 쩔쩔매던 순간들. 그렇지만 능숙한 운전자는 그런 경험을 겪지 않았던 것처럼 생각한다. 능숙한 독자 역시 자신이 초보일 때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를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이는 어려움을 겪는 독자를 질책하기도 한다. 마치 본인은 처음부터 능숙한 독자였던 것처럼.

운전은 복잡하다. 자동차 부속품의 의미와 작동법을 숙지해야 하고, 순간적 판단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차량 흐름에 합류하고 머릿속에서 목적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읽기 역시 복잡하다. 독해와 해독, 유창성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하위요소들을 이해하고 숙지해야 한다. 글을 읽어가며 모르는 어휘를 유추하고 읽기 과정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글 읽기 내내 읽기의 목적을 고민해야 한다.

이제 막 운전면허에 도전하는 당신이라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그렇다면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독자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찬찬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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