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330년 제나라 위왕은 재상 추기자와 장군 전기(田忌)를 중용하여 나라를 다스렸다. 하지만 이 둘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조나라에서 다급하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위(魏)나라가 쳐들어와 조나라 도읍 한단을 포위한 것이었다. 이에 재상 추기자가 위왕에게 아뢰었다.

“위(魏)나라가 조나라를 점령하면 강대국이 될 텐데 어찌 우리 제나라에 이롭겠습니까? 조나라를 구하는 것은 위나라를 약하게 만드는 일이고, 조나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일입니다.”

위왕이 추기자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군대 통솔 문제로 재상 추기자와 장군 전기가 서로 의견이 달랐다. 이에 신하 공손열(公孫閱)이 재상 추기자에게 권했다.

“전기를 대장군으로 추천하십시오. 만일 그가 가서 위나라를 물리치면 그 공은 당연히 재상의 공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만일 전기가 싸우다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재상의 손에 그의 목숨이 달린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니 대범하게 전기를 추천하십시오.”

이에 추기자가 전기를 대장군으로 추천하였다. 계릉(桂陵)에서 제나라 군대가 위나라를 크게 물리쳤다. 이후로 전기 장군은 명성이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추기자가 물러나고 전기가 재상에 오를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신하 공손열이 재상 추기자를 찾아가 아뢰었다.

“재상께서는 어찌하여 저 무례한 전기 장군을 그냥 내버려 두시는 겁니까? 그가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면 그것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재상의 부하들에게 황금을 나누어주어 모든 점집을 찾아가 점을 치게 하십시오. 내가 전기의 부하인데 우리가 위나라와 세 번 싸워 세 번 다 이겼다. 그래서 이제 큰일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과연 점괘가 괜찮은가 점을 쳐달라고 말입니다.”

추기자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바로 부하를 풀어 그대로 행했다. 부하들이 같은 내용으로 곳곳에서 점을 치고 나오자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그 소문을 가지고 추기자가 위왕을 찾아가 아뢰었다.

“지금 저잣거리에는 전기가 모반을 꾀하고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그러자 위왕은 크게 노하였다.

“당장에 전기를 군대에서 해임하고 사로잡으시오!”

전기가 군대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을 듣자 온몸을 부르르 떨며 분노하였다.

“이는 교활한 여우인 추기자가 꾸민 일이다. 내 그놈의 목을 베고 말 것이다!”

하지만 병사들이 잡으러 온다는 소식에 전기는 서둘러 국경을 넘어 달아나야 했다. 이후로 추기자는 무소불위한 재상으로 오래 자리를 지켰다.

기상묘상(奇想妙想)이란 기이하고 묘한 생각을 말한다.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묘수를 의미한다. 상대를 이기려면 상대의 수를 읽고 그 수를 뛰어넘는 묘수를 두어야 한다. 묘수는 바로 생각하는 힘이다. 생각 없이 말하거나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남의 지배를 받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의 지배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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