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충북도 중대재해팀장

어렸을 적 TV만화 ‘톰과 제리’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주인공 제리가 맛있게 먹던 치즈가 무엇인지 한번쯤은 궁금해 하거나 먹어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 만화 속에서 제리가 맛있게 먹던 치즈는 바로 ‘에멘탈’ 치즈다.

에멘탈 치즈를 얇게 썰어보면 치즈의 단면마다 불규칙한 구멍이 생기게 되는데, 이 불규칙한 구멍이 있는 치즈슬라이스들을 여러장 겹쳐 놓았을 때 치즈슬라이스 전체를 관통하는 구멍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사고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모형으로 연관지을 수 있는데, 여기서 치즈슬라이스는 안전요소, 구멍은 안전요소의 결함을 의미한다. 이때 관리결함, 장치고장, 불안전한 행동과 같은 방호벽의 구멍이 우연히 일직선이 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는게 1990년 발표한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의 ‘스위스 치즈이론’이다.

‘스위스치즈 이론’에 의하면 치즈슬라이스 한겹만이라도 구멍이 없다면 빛이 통과하지 못하므로, 사고나 재해는 하나의 안전요소나 방호장치만 제대로 작동해도 막을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올해로 이제막 2년차 시행에 접어드는 중대재해처벌법 또한 ‘스위스 치즈이론’를 적용할 수 있다. 이 법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치즈구멍들, 즉 여러 위험요소가 중첩돼 발생하지만 이런 결함 중 하나라도 제대로 예방하고 제어한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중대시민재해 460개 대상시설 중 어느 하나라도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면, 또한 누군가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점검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치즈 모델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나타낸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즈슬라이스의 구멍, 즉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확고한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따라 지난해 상반기 충북도는 중대재해 업무를 이끌 전담조직을 만들고, 중대시민재해 예방 업무메뉴얼을 제작하였으며, 중대시민재해 대상시설을 점검했다. 이외에도 겨울철 재난 위험시설 10대분야 180개소를 선정하여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촘촘하고 빈틈없는 안전망 체계를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중요한 또한가지는 충북도의 노력과 함께 사업주, 경영책임자, 시설 종사자, 이용자 모두가 다같이 안전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구멍이 없는 치즈 조각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의 실천과 행동으로 치즈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안전의식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한다면 가장 견고한 치즈 조각이 마련될 것임을 확신한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의 성숙한 안전의식이 기반이 된 사회 안전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충북도에서는 올해 ‘사람중심, 안전충북 구현’을 목표로 삼고 도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아울러 도민들께도 안전한 충북도에 한걸음 다가서는데 함께 동참해 주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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