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요즘 짧은 말을 더 줄이고 줄인 축약어 의미를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 바로 노인네가 된다. 축약어 혹은 줄임말은 글자수를 간략하게 나타낸 말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단어의 일부를 줄여서 말 또는 여러 단어를 한 단어로 만든 말을 의미한다. 사이를 새, 지방 자치 제도를 지자제로 줄여 말하는 것은 이제 별 관심도 받지 못한다. 1970-80년 대에 유행한 오떡순, 오리지날, 아이비엠, 난쏘공도 일종의 축약어다. 축약어의 본격적인 필요성 역시 끝없이 변하는 매체의 변화에 있다. 인터넷, 휴대전화, SNS, 블로거,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매체의 환경 변화가 축약어 문화를 조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학생회관을 학관으로 중앙도서관을 중도로 쓰는 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제 고전에 속한다.

“얘들아, 내일 철민이 생파 가는 거 알지?”

“물론 알지, 우리 같이 생선 사러 가자”

“난 집에 가서 문상 가지고 와서 그걸로 살래!”

초등학교 4-5학년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생파는 생일파티, 생선은 생일선물 당연히 문상은 문화상품권을 줄인 말이다.

완전한 언어학습이 안된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축약어가 만들어 진다는 것은 언어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기 전에 다소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모(반말 모드), 구취(구독 취소), 매부(매우 부자), 버카충(버스 카드 충전), 솔까말(솔찍히 까놓고 말해서) 등도 초등학생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이렇게 근거도 없이 혹은 언어적 특성과 문화적 트랜드조차 반영되지 않은 줄인 말을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진다. 의미전달이 되지 않아 서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언어를 사용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언어폭력이 된다면 큰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쩔티비다.(어쩌라고 티피나 봐) 나이 많은 세대와 뉴미디어 환경에서 올드 미디어인 티비를 동시에 폄하하는 말이다.

특정 분야의 축약어도 흔히 경험하게 된다. 부동산 관련 줄임 말로는 맥세권(맥도날드가 인근에 있는 곳), 몰세권(쇼핑, 외식, 영화관람 등 한번에 즐길 수 있는 mall이 있는 곳), 스세권(스타벅스가 인근에 있는 곳), 슬세권(슬리퍼 신고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편세권(편의점+역세권), 청포족(청약을 포기하는 청년층) 등이 있다.

최근에 생긴 축약형 신조어도 꽤 많다. 신조어 뜻은 표준어로 등재되지 않지만 새로 만들어진 단어와 용어를 뜻한다.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저메추(저녁 메뉴 추천), 어사(어색한 사이),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사람), 완내스(완전 내 스타일), 조삼모사(조금 모르면 3번, 완전 모르면 4번) 등이 있다.

알고 보면 줄임말은 소통의 수단이지만, 그 방법이 지나치게 되면 우리나라의 고유한 언어 문화를 파괴하게 된다. 무슨 의미인지 파악할 수 없는 정도의 축약어 사용에는 좀 더 유의하면 좋겠다.

 돌아오는 설날에는 세대간의 이해와 언어 문화를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축약어 토론 시간을 함께 갖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축약어 ‘게녀’와 ‘금코’의 의미도 자녀들과 같이 한번 찾아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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