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사법 관계와 행정 분야에서 사람을 ‘만 나이’로 통일해 사용하도록 했다. 국회는 지난해 본회의에서 만 나이 사용을 명확히 규정한 민법 일부개정안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단순히 나이를 통일시킨 것에서 나아가 대한민국의 문화가 바뀔수 있는 사안이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거리가 됐다. 현재 법령상 나이는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출생한 날로부터 바로 한 살로 여겨, 해마다 한 살씩 증가하는 이른바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통용 기준 ‘만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가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빠른 나이’, ‘민증 나이’까지 등장할 정도여서 몇 가지 나이가 있다. 어릴 적에는 나이를 빨리 먹고 싶고, 늙어서는 천천히 먹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 나이 종류도 다양하게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나이는 가장 기초적인 종류의 ‘시간 측정'이기 때문에 훨씬 광범위하고 심오한 개념들과 쉽게 연결된다. 예를 들자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처음 배울 때 소위 ‘쌍둥이 역설'을 접한다. 쌍둥이 둘중 하나가 빠른 속도로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지구에 남아있던 형제보다 나이가 적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정도 고등한 이론까지 안 가더라도 시간의 측정과 관련된 고민은 인류와 역사를 같이해 왔다.

한국식의 ‘세는 나이’의 기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고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세는 나이’를 폐지했다.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 적용했고, 1950년부터는 ‘세는 나이’를 법으로 금지했다.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 이후, 북한은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고 있다.

이번 행정기본법과 민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대한민국의 나이 계산법이 ‘만 나이’로 통일됐다. 덕분에 새해에는 나이를 다들 거꾸로 먹게 됐다. 생물학적 나이와 별개로 심리적인 회춘을 맛볼 수 있는 세대도 있겠지만 한 살 까먹는다고 느끼는 세대는 어떨지 모르겠다. 만 나이 사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으로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중점 법안으로 다뤄졌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만 나이로 통일하면 정년이 늦춰지는가'가 큰 관심으로 떠 오르는 것만 보아도 나이 기준의 법적인 파급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만 나이로 통일된 후에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법상 나이는 이미 예전부터 만 나이를 의미했고, 다른 법에서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이를 준용토록 해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번 만 나이 통일 조치는 법률·행정에 쓰이는 나이 계산법을 종전과 다르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 나이를 적용해오던 것을 ‘재확인'하는 조치에 가깝다. 특히 공적 업무 시 편리함이 크고 여러 가지 나이 계산법의 불편함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워낙 세는 나이가 보편화되어 생활 속에 정착하기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한 국민 여론 조사결과 80% 이상 긍정적인 응답이 나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즉 어느 순간에는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릴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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