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세월호 아픔이 다 가시기도 전 10·29 참사로 159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다쳤다. 지난해 12월 29일에도 과천시 갈현동의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원인 모를 트럭화재로 5명이 숨지고, 4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트럭은 2년 전에도 화재가 있었고, 방음 터널의 화재도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플라스틱 재질의 천장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화재 원인도 잘 알고 있었다. 왜 위기는 반복될까?

다수의 전문가는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지만, 사전에 징후를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1930년대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가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라는 저서를 통해 주장한 ‘1:29:300’ 법칙도 이런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우리 사회에 제공하고 있다. 그는 신문 1면에 나올 만한 대형 산업재해는 그전에 29건의 가벼운 사고, 300가지 정도의 지나치기 쉬운 징조(전조)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기관리보다 이슈(쟁점)관리가 더 중요하다. 이슈란 조직과 공중 사이에 형성되는 갈등을 말한다. 환경오염, 여성차별, 안전사고, 노사문제, 재정위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이슈들은 일어나도록 예정된 행동의 결과로서 발생한다. 동시에 조직의 투자·작동·산출 등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조직은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위기관리보다 이슈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어떠한 이슈가 공중의 조직적인 의견으로 굳어지거나 사건으로 강력하게 표출되기 전에 조직이 일찍 정밀하게 관여하게 되면 성공적으로 이슈를 해결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로 발전할 만한 이슈를 미리 찾아내어 해결할 경우 위기관리에 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2013년 4월 1일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를 차기작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하려던 배우 김혜수씨의 논문표절이라는 언론 기사가 3월 26일부터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의 학력위조, 논문표절은 가수 타블로 사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큰 파문을 몰고 왔다. 당시 스타강사 김미경씨와 개그우먼 김미화씨의 논문표절 의혹과 함께 김혜수씨 사건이 언론에 공개됐다.

보통 이슈가 발표되면 이슈에 대한 사실확인 분석, 여론확인, 대응수위 조절과 같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길어질수록 위기관리 비용도 증가한다.

김혜수씨의 경우 이슈 발생 단 하루 뒤에 입장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모두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리고 드라마 ‘직장의 신’ 제작발표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오자 깔끔하게 인정하고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인 학위까지 반납함으로써 모든 논란을 수습했다. 학위 반납 뒤 언론에서 그를 향하던 부정적인 여론이 사라졌다.

미래에 위기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이슈를 미리 진단하고 이를 처리하는 이슈관리가 위기관리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작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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