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최근 행정안전부는 중앙행정기관, 광역 시ㆍ도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가 등록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전수조사하도록 하였고, 충청북도 등도 이에 따라 도내 각 시민단체에 회원명부, 공익활동 실적 등을 제출하도록 요청하였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비영리단체법)은 비영리민간단체의 요건으로 ‘상시 구성원 수 100인 이상’, ‘최근 1년 이상 공익활동실적이 있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을 때에는 그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전수조사하려고 하는 것인데, 비영리단체법에 정부가 등록 이후 시민단체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특히 전수조사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 규정은 없다. 비영리단체법에서 규정하는 지원 내용은, 공익사업 활동 경비 지원, 조세감면, 우편요금 지원 등이다.

사람들이 단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넓히면서, 세상을 배우고 세상에 기여하는 것은, 사회적 인간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이런 취지에서 헌법 제21조는 결사의 자유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의 결사에 함부로 간섭하여서는 안 되고, 오히려 이것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뒷받침하여야 한다. 비영리단체법도 그 법의 목적을 ‘비영리민간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법률로써 하여야 하고, 법률에 의하더라도 결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 제37조의 명령이다.

결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 중 하나가, 내가 어떤 단체에 가입해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내가 밝히지 않는 한, 바깥에서 이를 함부로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사생활의 비밀과도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등록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한다는 명분으로 시민단체에 회원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자신들의 단체 가입 및 활동 현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단체 활동에 소극적이거나 그 활동을 그만둘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최근 정부의 행태는 결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 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런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직접적인 법적 근거 규정도 없다.

공권력은 시민단체에서 공익사업을 위해 보조금을 신청하였을 때 또는 시민단체를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는 등 등록 요건 구비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 개별적인 사안으로 행사되어야지, 이번처럼 모든 단체를 상대로 일률적으로 현황 조사를 하는 것은, 비록 강제성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크게 압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공권력의 남용이다.

시민사회는 우리 몸에 비유하자면, 자율신경계라고 할 수 있다. 자율신경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작동되어야 건강하듯, 사회도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건강하다. 정부의 지금 행태는 시민사회의 자율신경을 움츠러들게 하는 것으로, 시민사회는 정부 눈치를 보면서 그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에,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태를 당장 그만둘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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