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사건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했습니다. 그 근거는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면허 범위에 해당하는데, 그 진단을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적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법에서 명시적으로 한의사에게 초음파기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입법내용을 고려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 대해서 시대의 흐름을 고려했다고는 하나 선뜻 그 논거에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의료와 같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 있어서는 사법적 해석을 가급적 자제하고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 이유는 법률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법률 전문가가 의학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순수 의학에 대한 판단은 가급적 전문가들의 견해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의사가 현대 의학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건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주류인 것으로 보이고, 의학계 내에서도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보조수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자제해야 하는 전문적 영역에 성급한 침범이라 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의학계 내부에서 바뀐 흐름을 고려하여 한의사에게 있어 허용되는 의료기기의 범위는 어디 까지이며, 과연 어느 정도로 사용이 가능하고, 그 사용을 위해서 교육체계는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정리가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한 그 초음파 기기의 사용의 전제를 보조수단으로 한정하는 것도 의료소비자의 외형의 관점에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즉 외형이론이란 내부적 실질에도 불구하고 제3자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료에 있어서도 이 외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즉 의료소비자는 의료전문가가 아니기에 보이는 대로 신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에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의료행위를 자신의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라고 생각할 뿐 그 행위가 단순히 진료의 보조수단에 불과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통해서 진단에 필요한 행위를 하고 어떠한 진단명을 얘기하는 경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이 확정되었다고 생각할 뿐 단순히 초음파 검사는 진단의 보조수단에 불과하여 큰 의미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의료라는 영역의 특수성과 전문성에 기인하는 당연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반인의 시각을 고려하지 않은 체, 보조수단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사용을 허락한다면 그 외형만을 신뢰하는 의료소비자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의 위해로 연결될 상당한 위험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은 사법적 판단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 아니고, 그 전문가들 스스로 해법을 찾고 그 필요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전문적 영역에 대한 사법적 자제를 도외시한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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