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연말연시 모든 모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건배사다. 상황에 맞는 창의성 있는 건배사는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하고, 조직 구성원의 단합을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건배 제의를 받을 때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모임의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준비나 연습이 다소 필요하다. 따라서 삼빡한 건배사는 모임의 흥을 더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좋은 건배사는 평생 기억에 남는 모임으로 만들 수 있는 무한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상대가 따라준 술잔을 가볍게 입술에 대고, 한 모금 마셔 본 다음 본격적으로 술을 마셨다. 유목과 무역이 빈번해 항상 낯선 사람들과의 자리가 많지 않아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서로의 술잔에 독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방법으로, 잔을 거꾸로 들어 빈 잔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건배의 유래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건배는 불신을 없애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화합과 소통의 장을 마련할 도구가 되었다. 최근에는 건배사에 관한 책은 물론 건배사 스피치 학원도 생겼다. 업무 서식을 판매하는 회사에서도 건배사를 유형별로 무료나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건배사 책으로는 ‘스토리 건배사’, ‘유니오니아시아 건배사 모음’, ‘운과 복을 부르는 유머 건배사’, ‘대통령 건배사’, ‘김 대리가 사장님께 추천하는 빵 터지는 건배사’, ‘알까기 건배사 200’ 등이 있다. 증평 출신의 김미경 아트스피치 앤 커뮤니케이션 대표와 미원 출신의 김선영 씨도 관련 저서를 발간했다. <귀에 듣기 좋은 건배사는 회식이 끝나면 잊혀지지만, 마음을 두드린 건배사는 오래도록 남는다>는 카피가 인상적이다.

△지화자(지금부터 화합하자)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고사리(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해합니다) △모바일(모든 것이 바라는 대로 일어나길) △사이다(사랑을 이 술잔에 담아 다 함께 원샷) △소화제(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 △걸걸걸(더 사랑할걸, 더 참을걸, 더 즐길걸) △변사또(변함없는 사랑으로 또 만납시다) △박보검(박수를 보냅니다, 겁나게 수고한 당신께 외워둘 만한 건배사를 몇 가지 개인적으로 정리해봤다.

술잔을 비우는 일은 새 잔을 채우기 위해서라는 의미가 있다. 기존의 틀을 버리고 새로운 틀을 준비한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술잔을 비운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는 것이며, 나를 변화시키는 의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건배사 한 마디는 모임을 조금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모임에 흥을 돋우기 위한 건배사는 무엇보다 참석자의 특성과 모임의 목적 그리고 현장 분위기에 걸맞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최고의 건배사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월드컵에 기대어 새로운 건배사 하나를 만들어 본다. ‘포마메(포기하지 마라, 메시처럼)’ 새해에는 ‘중꺾마’의 자세로 모두 의연하게 살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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