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수서 야당 보이콧하면 자동 부결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준예산 대체 우려
민주당, 동료 의원 이탈표 방지 감금 논란

충북 청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임정수 의원이 20일 본회의에 등원하려 하자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이 임 의원을 상임위원회실에서 나오지 못하게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임정수 의원이 20일 본회의에 등원하려 하자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이 임 의원을 상임위원회실에서 나오지 못하게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충청매일 이대익 기자]

충북 청주시의회가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비 의결을 놓고 여·야 간 극한 대립에 빠지면서 내년도 예산안마저 부결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 동수인 청주시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원이 보이콧 기조를 유지하면 의결 정족수 미달에 따라 내년도 청주시 예산안은 통과되지 못한다.

20일 청주시의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개회하려던 74회 시의회 2차 정례회 4차 본회의가 더불어민주당 측의 등원 거부에 따라 오후 6시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처리 예정이던 2023년 예산안과 2023년 기금운용계획안도 잠정 보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되살린 본관 철거 관련비용(17억4200만원)에 반발해 집단 행동에 돌입했다. 이 비용은 더불어민주당 1석 우위의 도시건설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뒤 국민의힘 1석 우위인 예결위에서 그대로 부활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당내 파열음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임정수 의원이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려 하자 같은 당 의원들이 임 의원을 상임위원회 집무실에 데려가 등원을 막는 ‘막장극’을 연출했다.

임 의원은 이 과정에서 “지금 감금하는거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예결위 후 열린 당내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예결위안에 찬성표를 던지면 본관 철거비는 의회를 통과하게 된다. 청주시의회는 국민의힘 21석, 더불어민주당 21석씩 양분하고 있다.

양당은 이날 오후 재차 협상에 돌입했으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와 문화재청 협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통과를, 더불어민주당은 본관 철거비를 뺀 수정동의안을 우선 통과시킨 뒤 추가경정예산에서 관련 비용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21명은 임정수 의원이 머무르고 있는 상임위원회 사무실 안팎을 지키며 임 의원의 등원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후반기 의장은 임정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밤 12시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등원을 거부하면 2023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은 모두 부결된다. 해를 넘기기 전 원포인트 회기에서도 처리되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발동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년 추경에서 본관 철거비를 세워준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더불어민주당의 당초 요구대로 문화재청 협의를 받아들였는데도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조건부 통과 후 말 바꾸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조건을 먼저 이행한 뒤 비용 처리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3가에 위치한 시청 본관동은 1965년 연면적 2천1.9㎡ 규모의 3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뒤 1983년 4층으로 637.2㎡ 증축됐다.

올해 7월 취임한 국민의힘 이범석 시장은 2018년 한범덕 전 시장(더불어민주당)의 본관 존치 결정을 뒤집고, 철거를 전제로 한 신청사 재설계 공모로 선회했다.

△일본 건축양식 모방 △문화재청 직권등록 언급에 따른 불공정 합의 도출 △증축·구조 변경 △정밀안전진단 D등급 등을 본관 철거 이유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는 문화재적 가치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이 시장의 결정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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