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윤석열 정부는 국정 운영 원칙으로 공정과 상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념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정권에서 이루어진 활동을 재조사하고, 민노총의 총파업과 관련하여 불법과 타협 없다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태원 참사도 법으로만 해결하고자 하는 듯하다.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헌법과 법을 강조하여 국정 운영원칙을 준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국정 운영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식은 없는 듯하다.

법은 인간이 공동체 생활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의 의사를 바탕으로 만든 사회적 규범으로 이를 준수하기 위해서 국가의 강제력을 활용하게 된다. 법은 영토와 국민과 함께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는 공공의 선에 의해서 만든 법치국가를 기본으로 한다.

이 법은 정치체제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표현되는 자연 상태를 안전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사회계약으로 국가를 만들고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법을 만든다고 한다. 이 법을 만드는 것과 법이 없을 때에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정치를 행하는 사고 방법과 법을 집행하는 사고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법적 사고는 어떤 행위가 법적 규범에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는 수렴적이고 수직적 사고를 요구한다. 그리고 비판적 사고에 근거가 되는 증거에 의한 판결을 요구한다.

반면에 정치적 사고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기 위해 현상을 광범위하게 볼 수 있는 수평적 사고가 필요하다. 정치적 행위는 법적 사고와 같이 정답을 찾기보다는 문제를 이해하는 발산적 사고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 중심의 구상적 사고보다는 의미와 개념을 강조하는 추상적이고 총체적인 시스템적 사고를 요구한다. 바람직한 정치는 법적 공정도 중요하나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인 상식을 바탕을 이루어져야 한다. 법률적 사고는 법이라고 하는 정해진 틀 속에서 이미 정해진 정답을 찾는 사고이다. 그러나 많은 사회문제는 정답이 없고 상식에 적합한 정답만이 있을 뿐이다.

대통령은 법을 집행하고 법을 해석하는 사람이 아닌 정치하는 사람이다. 법의 집행과 해석은 장관과 법원이 할 일이다. 또한 완전한 법은 없고, 법은 항상 불완전하다. 그 불완전한 것을 메워주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고, 모든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다.

새 정부가 국정운영 원칙으로 제시한 공정과 상식은 이처럼 대립적 사고를 특징으로 한다. 이 둘의 균형이 바람직하나 균형이 어려울 때는 상식에 의한 정치가 더 중시되어야 한다. 상식에 의한 정치는 규칙이 없이도 올바른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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