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청매일] 근래에인터넷이생기면서 개념이잘못된말들이 너무많이생겼습니다. 누군가쓰면 그걸특이하다고여겨 아무생각없이 따라써보는버릇 때문인듯합니다. 예컨대, ‘대인배’라는말이 그것입니다. 아마도‘소인배’의짝말로 쓰느라고그런것같은데, 이것은크게잘못된것입니다.

‘소인배’의‘소인’뒤에 굳이‘배’를붙이는것은, 마음이째째한사람들은 혼자서뭘하는게아니라 뒷구녁에서요즘말로 ‘뒷담’을까는놈들이거든요. 그래서이들은절대로 혼자서뭘하지않습니다. 뒷담을까서 이상한소문뒤에 자신의정체를숨기고 상대가그런소문에휩쓸려 곤란을겪기를 기다리죠. 남앞에서직접말할 용기나배짱이없는 한심한인간들의특성을 아주잘반영한말입니다.

그러나마음이큰사람들은 이렇지않습니다. 옳은일이나 마땅히해야할일이있다면 남의눈치안보고 직접합니다. 그런행위가 여러사람의마음을공감시킬때 그를대인이라고하는거죠. 그러니‘배’라는말을 붙일수없는겁니다. ‘대인’뒤에‘배’를붙이는건 ‘소인배’와같이취급하는겁니다. 대인은대인의몫이있고, 소인들은‘소인배’의몫이있습니다. 그러니이둘을혼동하면 안됩니다. 소인에게는‘배’를 붙일수있지만, 대인에게는‘배’를 붙일수없습니다.

여름이면방송의날씨예보에서 그치지않고나타나것이 ‘게릴라성폭우’입니다. 갑자기나타나서쏟아붓는소나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게릴라’를네이버국어사전에서찾으면 이렇습니다.

게릴라([에스파냐어]guerrilla)

[명사]1. [군사 ] 주로 적의 배후나 측면에서 기습ㆍ교란ㆍ파괴 따위의 활동을 하는 특수 부대나 함대 또는 비정규 부대.2. [군사 ] 일정한 진지 없이 불규칙적으로 벌이는 유격전. 또는 그런 전법.

좀무섭지않나요? 잠시나타났다 사라지는양상을보면 소나기가게릴라를 닮기는했습니다. 그러나여기서말하는 ‘기습·교란·파괴 따위의 활동’은 빗물이의도한바가 아닙니다. 게릴라는사람이또렷이의도한것이고, 소나기는우연히그렇게내린것에 지나지않습니다. 이차이를무시하고 소나기에다게릴라라는말을얹으면, 둘사이의동일성에서만들어지는 비유의긴장보다는 둘사이의상이성에서나타나는 의구심만더커집니다. 비유를잘못고른것입니다.

게다가‘게릴라’는 에스파니아어입니다. 우리에게도수천년써온 그런말이있을텐데, 하필이시점에서 남의말을빌어다쓰는까닭을 잘모르겠습니다. 허긴‘게릴라’도 우리말이라면 우리말이지요. 외국에서들어와자리잡은‘외래어’이니..... 그렇다고해도,그럴수없는경우가아니면, 될수록우리말로쓰는게 좋습니다. 당연한거 아닌가요?

소나기는사람을해치려고 쏟아지지않습니다. 기상여건에따라서 땅에뿌려질뿐입니다. 거기다가기습교란같은 사람의흉악한짓을 덧붙여서표현하는것은 어느모로보아도 불편하고어색합니다. 비유를하려면 제대로좀하시기 바랍니다. 제대로할능력이없거든 시인에게물으면 될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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