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은 그림책이 갖추어야 할 명작의 조건을 모두 담고 있다. 미국의 부부작가 필립C. 스테드의 글과 에린E. 스테드의 그림이 조화롭다. 좋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늘 우리 곁에 있어서 고마움을 지나쳐버리게 되는 친근한 존재들이다. 이 책의 인물들도 그러하다. 주제 또한 간단하지만 깊고 긴 여운을 준다. 거기에 그림은 말해 뭐하겠는가.

이 작품은 애틋하다. 일상 속에서 보듬어 주고 편들어 주고 다투기도 하고 또 화해하며 그것이 사랑이라 여기며 지내다가 어느 하나가 몹쓸 병에 걸려 그동안 쌓아온 삶의 단층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할 때 참담함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할 용기를 내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아모스 할아버지는 늘 일찍 일어나 말끔히 작업복을 입고 주위의 사물들과 다정히 말을 주고 받으며 아침을 챙겨 먹고는 느긋이 일터인 동물원으로 향한다. 늘 5번 버스를 타고 일터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할 일이 많지만 짬을 내 동물 친구들을 보러 간다.

심심해하는 코끼리와 체스를 두고 거북이와 경주를 해서 져 주고 수줍음 많은 펭귄 옆에 조용히 앉아 있어 준다. 콧물을 잘 흘리는 코뿔소에게 손수건을 빌려주고 밤을 무서워하는 부엉이에게는 책을 읽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모스 할아버지는 심한 감기에 걸려 앓느라 출근을 하지 못한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평소처럼 할아버지 맞을 준비를 하며 제 각각 할아버지 오시기를 기다린다. 기다려도 오지 않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걱정하며 기다리던 동물 친구들은 고심 끝에 할아버지가 늘 타고 오셨던 5번 버스를 타고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글과 그림은 잘 어울린다. 오래 함께 살아 긴 말이 필요없는 부부처럼 정제된 글과 그림은 여러 말을 담고 있다. 할아버지처럼 자상한 문장에 목판화와 연필 스케치는 글과 어울려 편안하고 아늑하다. 부드럽고 절제된 색감은 이 그림책에 눈길을 멈추고 오래 들여다 보게게 한다.

절제 뒤에 숨겨진 디테일한 그림들이 책을 보는 재미를 한층 높여 준다. 한마디로 부담 없이 그림에 심취하게 되는 작가의 역량이 첫 작품이라는 걸 믿지 못하게 할 정도다.

할아버지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동물 각자의 특성을 알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고 찾아가 친구가 되어주고 위로해 준다. 일상 속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실천 가능한 것들을 아낌없이 주고 같이 있어 주는 거다.

동물들이 자기가 받은 대로 아픈 할아버지에게 똑같이 되돌려 주는 것은 어른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실천해야 한다는 면에서도 감동스럽다고 할까. 

할아버지처럼 우리가 몸져누울 때 걱정하며 찾아와 위로해 줄 친구가 우리에게 몇이 있을까. 또 아픈 모습을 보여도 괜찮을 만한 친구는 또 얼마일까.

우리 삶은 소소한 것들이 모여 탄탄해지는지도 모른다. 소소해서 더 소중한 관계들에 대해, 소소한 위로가 병과 싸우는 어떤 이에게 분명 힘이 되기도 하겠다. 소소한 위로도 힘이 된다. 소소한 관계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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